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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보완대책 '서민 세금 폭탄' 논란 잠재우는 데 집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7일 내놓은 연말정산 보완대책은 이른바 ‘서민 세금 폭탄’ 논란을 잠재우는 데 집중됐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 중 세 부담이 늘어난 15%(205만명)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도록 설계됐다. 결과적으로 이들 대부분은 근로소득공제ㆍ자녀공제 확대 등을 통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연말정산 방식이 바뀌기 전보다 세금이 늘지 않게 됐다. 이와 달리 총급여 5500만원 초과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늘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은 관철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 쓰나미로 닥쳐온 ‘반퇴시대’엔 역주행하는 세제란 지적이 나온다. 연금저축이 대표적이다.

공제율을 12%에서 15%로 높이긴 했지만 총급여 5500만원 이하로 한정해 실효성을 떨어뜨렸다. 연금저축은 중산층이 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지만 정작 여력이 있는 가구엔 세금 혜택이 없어 이번 조치로 연금저축이 증가세로 반전할지는 미지수다. 연초 연말정산 사태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교육비ㆍ의료비 공제 축소에 대한 해결책도 없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 부모 부양이라는 과제를 짊어진 40~50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말했다.

자녀 공제 확대도 출산 장려 차원에서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출산 세액공제는 과감하게 50만원, 100만원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부금 공제를 늘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세금을 통한 소득재분배라는 틀에 갇혀 기부의 경제적 효과를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면 고소득층도 혜택을 받지만 기부금이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 저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근본 대책보다는 급한 불 끄기에 치중한 듯하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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