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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뭄 모두 심해졌다 … 온난화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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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강수량이 늘고 있으나 여름철에 집중되면서 가을부터 이듬해 봄 사이에는 오히려 가뭄이 심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점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1970년대(71~80년) 서울의 연평균 강수량은 1231.5㎜였으나 최근 10년 동안(2005~2014년)에는 1511.5㎜로 22.7% 늘었다. 70년대에는 6~9월 4개월 동안 내린 비가 연간 강수량의 67.7%를 차지했으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강수량의 76%가 여름철 넉 달에 집중됐다. 반대로 나머지 계절, 즉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의 강수량은 70년대 평균 397.3㎜에서 최근 10년 동안 평균 362.8㎜로 오히려 8.7% 줄었다. 여름철 홍수와 함께 가을부터 봄 사이의 가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는 6% 정도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할 수 있는데 비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다가 찬 공기를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면 집중호우가 돼 쏟아진다. 또 기온이 상승하면서 증발이 늘어나 육지는 더 건조해지고 가뭄 피해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홍수량 증가, 봄철 및 겨울철 가뭄 현상 심화, 가뭄 지역의 물 부족 발생 등에 대해 전문가들이 ‘견고한 동의’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견고한 동의란 다수의 관련 분야 논문에서 의견이 대체로 같은 경우를 의미한다. 평가보고서는 또 “그동안 국내에서는 4~6년 주기로 심한 가뭄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기후변화로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고 갈수록 가뭄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에 들어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처럼 가뭄과 물 부족이 심해지면 경제에 미치는 피해도 적지 않다. 한국수자원공사 분석에 따르면 수자원이 10% 부족하면 국내총생산(GDP)은 6조4000억원 줄고 50%가 부족하면 GDP가 146조원 줄어든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2년 연속 가뭄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장마를 앞두고 무조건 물을 방류해 댐을 비우는 현재의 댐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부족한 지역에 물을 보낼 수 있도록 수리권(水利權)을 조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12~17일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는 ‘제7차 세계물포럼’이 열린다. 세계물위원회(WWC)가 개최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전문가들이 인류가 당면한 물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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