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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U턴 기업 외면 … 텅 빈 익산 주얼리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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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U턴 기업 지원을 위해 조성된 익산시 패션주얼리연구개발센터. 180억원을 들여 도금 장비에 3D 프린터까지 갖췄지만 텅 빈 채 방치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6일 오전 전북 익산시 낭산면 제3산업단지. 논밭을 정리해 조성한 18만1600㎡의 주얼리 전용단지 부지 중 60~70%는 빈터에 잡풀만 무성했다. 기업체 이름이 적힌 나무 표지판은 글자가 희미해지고 일부는 아예 쓰러져 있었다. ‘세계적인 브랜드 육성’을 내걸고 추진한 익산 주얼리산업단지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당초 23개 기업이 입주하기로 한 이 산업단지에서 지금까지 공장을 세운 업체는 8곳뿐이다. 그나마 생산설비를 가동 중인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이명길(54) 패션체인 사장은 “땅값을 포함해 50억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생산라인의 30%만 가동 중”이라며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매달 500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에서 ‘인건비가 싸고 규제도 덜한 동남아시아로 갔어야지 무슨 배짱으로 한국으로 왔느냐’는 얘길 많이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U턴 기업의 메카’를 목표로 내건 익산 주얼리산업단지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기업 지원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데다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업체들이 입주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기업은 베트남·미얀마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얼리단지는 익산시가 1970~80년대 ‘보석도시’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2012년부터 추진했다. 익산시는 특히 중국 칭다오(靑島)의 한국 업체 유치에 공을 들였다. 칭다오에 있는 1000여 개 주얼리 기업 중 70%는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었다. 마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뒤 매출이 반토막 나고 현지 인건비도 치솟으면서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익산시는 이들 기업에게 고국으로 돌아올 경우 이주 보조금 지원과 세금 감면,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마케팅 지원 등을 약속했다. 특히 제품 공정 중 비중이 큰 도금·세공 파트를 중국보다 30%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재센터도 집적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보였다. 이에 23개 업체가 익산으로 U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익산시가 약속한 지원 시스템은 현재까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R&D 시설인 패션주얼리연구개발센터는 180억원을 투자해 도금·금형 장비와 3D 프린터까지 갖췄지만 막상 전문인력이 부족해 개점휴업 상태다. 자재 집적센터는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그러자 입주기업들로 구성된 주얼리협동조합은 최근 월 1억원의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센터 위탁 운영 포기를 선언했다. 한 업체 사장은 “주얼리는 특성상 10~20개 기업이 모여 있어야 바이어가 찾아오고 주문이 들어온다”며 “R&D 센터를 하루빨리 정상 가동해야 기업 도 들어오고 지역경제도 살아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일부 업체만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R&D 센터를 돌릴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당초 입주하기로 돼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익산=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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