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참배 때 모인 동교동계 60명 "선거 돕지 말자"에 모두 손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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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정치민주연합의 4·29 재·보선 선거전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문재인 대표의 발걸음도 다급해졌다. 2일 문 대표는 전직 대표급들로 구성된 소위 ‘원탁회의’ 멤버와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선거전에 구원투수로 나서 달라고 부탁하는 ‘SOS 요청’ 자리였다. 문희상·이해찬·한명숙·정세균·안철수·박영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비공개 만찬에서 문 대표는 “우리 당이 많이 달라져 국민이 기대도 해 주시 는데 이번 재·보선이 우리 당의 고비”라는 취지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노병(老兵)들도 총동원하고 젖 먹던 힘까지 모두 합쳐야 한다”(문희상), “ 최선을 다하겠다”(박영선)고 했다. 하지만 호남 출신 박지원 의원은 전남대 강연 때문에 불참했다. 비노무현계 김한길 의원도 감기로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표 주변에선 박 의원 등 동교동계가 선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 하지만 동교동계는 “문 대표가 동교동과 호남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동교동계 50~60명이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당시 “ 재·보선 지원에 나서선 안 된다”는 사실상의 결의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권노갑 고문이 재·보선 지원에 나서야 할지를 놓고 즉석 거수투표를 했다. 이훈평 전 의원이 ‘도와야 되느냐’고 하자 한 사람도 손을 들지 않았으나 ‘돕지 말아야 하느냐’고 하자 모두 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천정배·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 움직임을 보였을 때 “야권이 갈라져 4·29 재·보선에서 진다면 두 사람의 정치적 생명도 끝날 것이다. 상임고문 자격으로 재·보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던 권 고문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동교동계와 문 대표 측 사정에 모두 밝은 또 다른 인사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이야기”라며 “권 고문은 실제로 선거를 돕고 있고, 앞으로도 돕기로 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동교동계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도 이날 만찬에서 중진들에게 “동교동계 인사들과 전화를 많이 했다. 돕겠다는 분이 많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날 비노계 주요 인사들 중에선 처음으로 안철수 의원이 재·보선 선거 지원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날 서울 관악을 지역의 신림역 사거리 주변 상가를 정태호 후보와 함께 40여 분간 돌았다. 정 후보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문 대표의 최측근이지만 안 의원은 “당이 너무나 어려운 선거를 치르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며 지원에 나섰다.

서승욱·위문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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