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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구간 최고 속도 시속 200㎞ … 2일 개통 포항 KTX는 '준고속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고속철인데 경주부터 포항까지는 왜 최고속도 시속 200㎞로 운행하나.”

 2일 동대구역에서 포항역까지 KTX를 탄 김현수(42·대구시 대명동)씨는 포항에 고속철 시대가 열렸다고 하면서 시속 300㎞로 달리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 했다.

 이날 공식 운행에 들어간 포항 KTX는 엄밀하게 말하면 고속철이 아니다. 고속철의 생명인 운행 속도에서 특히 그렇다. 경주 모량에서 포항역까지 신설한 동해선 38.7㎞ 구간은 최고 속도가 시속 200㎞에 맞춰져 있다. 고속철 전용 선로보다 운행 속도가 시속 100㎞ 느리다. 이 속도는 시속 300㎞로 최고를 규정한 ‘고속’과 달리 ‘준고속’으로 불린다.

 이유는 개통한 동해선 38.7㎞가 무궁화호 등이 다니는 일반 선로여서다. 코레일 대구본부 관계자는 “이 구간은 본래 동해남부선의 복선전철화로 건설이 추진됐다”며 “당초에는 KTX 운행 계획이 없어 열차가 최고 시속 150㎞로 주행할 수 있는 일반 선로로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기본 설계가 이뤄지고 5년 만인 2009년에야 KTX 투입이 결정된 것이다. 선로 건설에는 1조2126억원이 들어갔다. KTX 투입이 뒤늦게 결정되자 국토교통부는 일반 선로를 그냥 둔 채 신호시스템 등만 최고 속도 200㎞를 낼 수 있도록 고속화 작업을 추가했다.

 그렇다고 포항 KTX가 고속철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신설 포항역으로 KTX 열차가 하루 16회(주중 기준) 들어오는 데다, 이전까지 KTX를 이용하려면 40분씩 리무진을 타고 경부선 신경주역까지 가는 시간 손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KTX 효과를 분석한 포항테크노파크는 “운행 속도도 실제로는 손해 보는 게 없다”고 분석한다. 포항테크노파크 김도경 연구원은 “포항 노선은 KTX 본선의 지선 성격”이라며 “다른 KTX 노선을 보더라도 지선이나 도심 구간은 어디서나 최고 속도 300㎞를 낼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KTX의 운행 소요 시간은 포항역에서 첫 정차역인 동대구역까지가 대략 35분이다. 포항∼대구가 30분대로 좁혀졌다. 또 포항역에서 서울역까지 KTX 운행은 최단 시간으로 2시간 15분이 걸린다. 서울까지 기존 새마을호의 운행 시간(최단 5시간 20분)과 비교하면 3시간가량 당겨진 것이다. 코레일은 KTX 포항 노선 개통에 맞춰 KTX 신경주역 정차 횟수를 더 늘려 주중 26회로 조정했다.

 포항역은 2일 KTX 개통과 함께 무궁화호 운행도 시작했다. 무궁화호는 대구·부산·순천 세 방향으로 하루 12회 운행한다. 무궁화호 소요 시간은 기존 동해남부선과 비슷하다. 김기춘(50) 포항역장은 “KTX와 무궁화가 동시에 나가는 신설 역인 만큼 당분간은 원만한 운행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KTX 개통에 맞춰 연계 교통편을 마련했다. 3개 노선버스(107·210·500번)가 포항역사로 이어진다. 이 중 210번은 관광 명소인 구룡포로 가는 방문객을 겨냥해 급행 시내버스로 편성했다. 포항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면 1㎞쯤 달린 뒤 7번 국도와도 연결된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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