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김무성 "이제 결단을" … 동시에 문재인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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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1일 각각 앞치마를 두르고 4·29 재·보궐선거 지원활동을 벌였다. 김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개 재·보궐선거 지역 개발에 초점을 둔 맞춤형 사업 공약을 내놨다. 문 대표는 인천서-강화을의 노인회관에서 배식 봉사를 했다. [김성룡 기자], [뉴시스]

공무원연금 개혁 시한(5월 2일)이 다가오면서 여권이 31일 일제히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동시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협공하는 모양새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시한 내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매일 100억원씩 연간 3조7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가야 하고 5년 후에는 매일 200억원씩 연간 7조4000억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이 국가재정과 미래세대에 막중한 부담을 주고, 그 심각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렵다는 이유로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와 국민 앞에 큰 누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며 “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에서 제시된 다양한 대안들을 모아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고 국가재정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 중 3분의 1 정도를 공무원연금 문제에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특보단 오찬에서도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99개의 길을 뚫었는데 마지막 한 길을 못 뚫어서 개혁이 좌절돼서야 되겠느냐”며 “개혁 완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에 이어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해 놓고 시간 끌기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미 여야의 개혁안 자체는 다 나와 있다. 어떻게 할지만 당 지도자가 결단하면 된다”며 자신이 직접 문 대표와 만나 담판을 지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여권 강경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새정치연합의 숙원 사업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의 처리를 도왔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에 대한 신뢰와 인내심에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며 반격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이 김무성 대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결단은 오히려 정부 여당에 더 필요하다. 정부·여당이 핵심적인 키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공무원 단체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이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표는 “공무원 단체를 설득하는 일도, 합리적인 연금 개혁 방안을 마련해 여당과 공무원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그동안 우리 당이 주도적으로 해오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그야말로 정부·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특히 “여당은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춘 하박상박(下薄上薄)안을 내놨다가 지금은 슬그머니 김태일 교수안에 숨어 있다”고 했다. 다만 문 대표는 “김 대표를 직접 만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필요하다면 정부·여당과도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가 여야 대표 간의 담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글=신용호·정종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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