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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원전 지원금, 결과는 극과 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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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울산 울주군 강양리 회센터(오른쪽)는 2012년 완공 이후 아직까지 비어었는 반면 경주 양남면 온천랜드는 한 해 27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유명한 기자]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는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목욕탕이 있다. 2007년 4월 4층 규모로 지어 한 해 수억원 수익을 내는 ‘양남해수온천랜드’다. 바닷물을 사용하는 해수탕과 찜질방·헬스클럽 등을 갖추고 있다. 목욕탕 인근에는 주민소유의 펜션 18채도 있다. 온천랜드와 펜션은 양남면 22개 마을주민이 신월성원전 1·2호기 건설로 받은 원전특별지원금 100억원으로 지었다.

 31일 양남발전협의회에 따르면 온천랜드 이용객은 2013년 25만8000명, 지난해 27만2350명이었다. 1인당 3000~6000원 목욕비를 받아 2013년 16억6000만원, 2014년 1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인건비와 기름값 등 각종 경비를 빼고 2013년 3억5000만원, 지난해 1억5000만원 순이익을 냈다. 또 펜션 임대료로 한 해 2400만원을 벌었다. 이 돈은 마을별로 배분되거나 공동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양남면 손경선(54) 부면장은 “온천랜드 등은 원전지원금을 활용한 수익사업의 대표 모델”이라고 말했다.

 온천랜드 건립은 순조롭지 않았다. 양남발전협의회가 2003년 연구용역 끝에 해수목욕탕을 제안하자 주민반발이 심했다. 마을경로당, 마을회관 수리 등 지원금을 마을별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협의회는 주민 설득에 나서 4년간 수십 차례 마을회의를 거쳤고, 결국 ‘공동 수익사업’에 주민동의를 받았다. 건립 직후에는 전문업체에 운영을 맡겼다. 주민은 운영 경험이 없어서다. 임대를 맡겨 전세보증금 17억원과 매달 임대료 3000만원도 받았다. 경험을 쌓은 주민들은 2012년 6월부터 직접 운영에 들어갔다. 펜션도 곧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양남발전협의회 김지태(48) 대표는 “규모가 큰 사업이어서 사업계획을 세우고 주민 동의를 얻는데 많은 노력이 들었다”며 “하지만 그 덕에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 ‘활어구이 직판장(회센터)’역시 2012년 원전지원금 4억원으로 건립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지금까지 텅 비어 있다. 회센터 설립을 요구한 강양마을 주민조차 “바다와 떨어져 접근성이 좋지 않다”며 회센터에 입주하지 않았다.

 2006년 신고리 1·2호기 건설에 따른 비학마을 이주 보상비 5억원으로 지은 회센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현장을 방문했을 때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문을 열지 못해 주민 소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똑같이 원전설치·가동에 따른 지원금으로 추진한 사업이지만 이처럼 결과가 사뭇 다른 것은 왜일까. 지원금을 마을 단위로 나눠 소규모로 진행한 사업은 대부분 실패했다. 수십억원 원전지원금이 마을회관·경로당·창고 건립, 주차장 조성 등에 사용된 경우도 비슷하다. 일회성 사업에 그쳐 주민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울주군의 한 공무원은 “마을별로 지원금을 모아 규모 있는 사업을 권했지만 ‘우리 마을에 설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반발에 부닥쳐 실패했다”고 말했다.

 울진군 장태윤 원전지원 팀장은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전문가 진단 등을 거쳐 마을단위가 아닌 최소 면 단위의 규모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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