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명 해외 취업 … 대구 전문대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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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2월 영진전문대 컴퓨터전공계열을 졸업한 지세리(23)씨는 일본 최대 통신업체 NTT에 입사했다. 입사 동기로는 서울대와 서강대 등 이른바 국내 명문대 출신 7명이 있다. 지방대 출신은 지씨가 유일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일본 맞춤형 해외취업박람회’에 참여했고, 당당히 국내 4년제 대학과 겨뤄 성과를 냈다. NHK를 보면서 쌓은 탄탄한 일본어 실력과 NTT가 추구하는 인재상을 1년 이상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다.

 지씨와 함께 해외 취업을 준비한 컴퓨터전공계열 학생 36명도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체 등 일본 기업에 취업했다. 정보기술(IT) 기업 ‘젠켄’에 합격한 김승연(22)씨는 “교수와 취업을 위한 팀을 따로 꾸려 자기소개서를 미리 써보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전문대 졸업생의 해외 취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영진전문대와 영남이공대·대구보건대 등 7개 전문대의 올해 해외 취업 졸업생은 240명. 2년 전인 2013년의 94명에 비하면 배 이상이 됐다. 해외 취업 졸업생이 가장 많은 곳은 영진전문대로 올해만 90명을 배출했다. 영남이공대가 65명으로 그 다음이었고, 대구보건대(36명)와 계명문화대(22명)가 뒤를 이었다.

수성대(15명)·대구과학대(6명), 대구공업대(6명)도 해외로 졸업생들을 보냈다. 김정제 영진전문대 홍보팀장은 “국립대에 입학할 실력이 있는 학생이 취업을 위해 전문대에 들어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영남이공대는 기계 쪽이 강한 편이다. 중국 자동차부품 기업인 ‘명진기계유한공사’에 올해 기계계열 졸업생 5명이 취업했다. 풍력발전 관련 설비를 만드는 일본 ‘윈드스마일’에도 기계 전공자 4명이 동시 취업했다. 이 학교 변용주 국제협력팀장은 “기숙사에 따로 해외취업 준비 학생을 모아 몰입식 외국어 교육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전공 자체가 해외 취업의 무기가 되는 곳도 있다. 대구보건대는 치기공과와 안경광학·치위생과 처럼 해외에서 보기 힘든 의료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다. 그래서 미국 등지에서 이 학교 졸업생을 선호한다. 실제 올해 졸업생 중 9명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프로텍덴탈스튜디오’와 ‘크리스탈덴탈디자인’ 같은 기업형 치과기공소에 취업했다. 안경광학 전공자와 치위생과, 간호학 전공자 3명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델리치과 등에 첫 직장을 얻었다. ‘방송헤어’라는 독특한 전공이 있는 대구과학대도 올해 전공자 6명이 동시에 600여 체인점을 둔 일본 ‘한남이미용’에 합격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역본부 정차영 해외취업담당은 “공단에서 운영하는 해외취업 지원사업에 지역의 모든 전문대가 참여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해외취업률이 4년제 대학 이상으로 늘어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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