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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 완화 땐 기업·투자 유치에 찬물" 인접 충청·강원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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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이 참여하는 ‘수도권 규제완화 TF’를 구성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수도권 및 그린벨트 규제완화’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 소위를 구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과 강원 지역은 이같은 정부와 국회의 본격적인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에 걱정하고 있다. 기업유치와 산업용지 분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이명박 정부 때 본격 추진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1월 수도권 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장총량 규제 대상 적용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수도권 지역의 공장 증설 또는 신설 허용 규모를 종전 200㎡에서 500㎡로 늘렸다. 소규모 신·증설은 사실상 자유롭게 길을 튼 것이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수도권으로 유턴하는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허용하는 등의 문제를 규제 완화 대상으로 분류해 논의에 들어갔다.

 규제완화에 따른 피해는 충남 천안·아산지역 등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천안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536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내려온 기업은 8개에 불과했다. 2013년 1개 기업이 내려오더니 지난해에는 아예 없었다. 2010년까지 매년 60개 이상의 기업을 유치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2006년 첨단부품 소재 산업 유치를 위해 천안시 성남·수신면 일대에 조성한 제 5일반산업단지 분양률은 74%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 기업만 입주할 수 있는 33만㎡를 제외한 일반 산업단지 분양률은 58%로 떨어진다. 같은 시기에 조성한 천안시 풍세산업단지 분양률도 73% 수준이다. 맹기주 천안시 투자유치과장은 “조성한 지 10년된 산업단지도 분양이 제대로 안됐는데 정부의 추가적인 수도권 규제완화까지 추진되면 지방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이전 기업에 대한 입주보조금 등의 혜택을 늘리려 해도 재정형편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옮겨온 기업은 2013년의 경우 하나도 없었으며 지난해에는 3개에 그쳤다. 경기도와 인접한 충북 음성군은 생극면에 조성중인 산업단지 45만7634㎡에 대한 분양 공고를 지난해 말 냈으나 분양 계약을 한 업체가 아직 한 곳도 없다.

 지역은 반발하고 있다. 대전·세종시, 충남·북 시도의회 의장들은 지난달 27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중단을 촉구했다. 충청권 4개 시·도 지사는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가 지역의 성장 기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원도의회도 지난달 20일 성명을 내고 “수도권 지역 항만 및 공항 배후지 개발 제한 완화, 수도권 유턴 기업 재정지원 허용 등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과제를 논의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김용찬 충남도 기획조정실장은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비수도권에 우선 적용하는 등 규제완화에 앞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방현·이찬호 기자 kbh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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