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황이 낳은 ‘허니’ 파워…허니버터칩은 시작일 뿐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5면

꿀을 넣은 달콤한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제품들. [각 업체]

감자칩·감자튀김·아이스크림·치킨·피자·아몬드·마카다미아·도너츠·라떼·푸딩·스무디·오징어.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돌게하는 이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꿀을 만나 달달해졌다는 것이다. 맛뿐만이 아니다. 매출도 달콤하다. 허니 열풍의 원조로 알려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5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쏟아진 유사 제품들도 꿀처럼 달콤한 매출을 올렸다. 농심은 12월 수미감자칩 허니머스타드를 출시해 한 달 만에 매출 86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도 포카칩 스윗치즈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월 매출 4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원조’ 해태제과는 자가비허니마일드·허니통통·허니콘팝·구운감자 허니치즈·허니아이스까지 5종의 허니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올 3월 기준 567억원의 누적매출을 기록했다.

허니 열풍은 감자 과자에만 머물지 않고 식품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아몬드·마카다미아·치킨 등에서 꿀을 첨가한 제품들이 쏟아졌다. 지난달 22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에서 만난 김윤정(39)씨는 계산대 앞 진열대 허니버터아몬드 제품을 구매했다. 김씨는 “평소 단맛을 좋아하는 데다 허니버터칩 이후 비슷한 제품들이 나올 때마다 호기심에 산다. 가격도 비싸지 않은 데다 특유의 단맛에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호기심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웃백은 지난달 18일부터 5일간 허니버터 오지후라이즈를 비롯해 오지 후라이즈 3종을 한정 판매했다. 임혜순 아웃백 마케팅부 부장은 “기존 오지치즈 후라이즈(감자튀김)와 허니버터를 활용한 홈 레시피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돼 한정적으로 선보였다. 판매 기간 동안 기존 오지치즈 후라이즈 메뉴에 비해 약 5배 이상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사실 꿀의 인기는 201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기농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벌집채 꿀을 얹어주는 소프트리는 꿀을 한순간에 트렌드의 중심에 올려놨다. 이후 유사 업체들이 등장하며 꿀아이스크림의 인기를 이어갔다.

화장품업계는 식품업계보다 먼저 꿀을 알아봤다. 꿀에는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효소 등이 풍부해 피부 재생을 촉진한다. 살균력이 있어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도 효과적이다. 예부터 입술이 트거나 염증이 생기면 꿀을 입술에 발랐던 것도 바로 꿀의 이러한 효능 때문이다. CNP차앤박화장품은 2006년 꿀의 프로폴리스를 주성분으로 만든 에너지 앰플을 선보였다. 출시 당시에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2011년 방송·SNS를 통해 꿀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네이처리퍼블릭·스킨푸드·이니스프리 등 화장품 업체들이 꿀을 주성분으로 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서진경 네이처리퍼블릭 홍보팀장은 “지난해 꿀에 들어있는 영양 성분인 프로폴리스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넣은 화장품들이 많이 출시됐다. 네이처 리퍼블릭만 봐도 ‘리얼 네이처 앰플’ 6종 중 허니 성분 제품이 다른 제품 대비 약 180% 이상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 구분 없이 ‘허니’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불황에 나타나는 소비형태인 ‘작은 사치’에서 숨어 있다. 몇 년 전부터 일상에서 적은 비용으로 자신을 만족시키는 소비 형태인 ‘작은 사치’ 풍조로 인해 디저트가 인기를 끌었고 이러한 흐름이 과자 시장에 달콤한 감자칩이라는 상품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라이프 트렌드 2015』의 저자이자 날카로운 상상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최근 몇 년 새 작은 사치의 형태로 마카롱·아이스크림·초콜릿 등 달콤한 디저트가 인기를 끌었고 이러한 흐름이 과자 시장과 이어 다른 업계에 영향을 줬다.

실제 뉴발란스·휠라 등 패션업계에서도 마카롱·젤라또 같은 디저트 이름을 딴 운동화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불황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대신 기존 제품에 꿀 등 재료만 바꾼 신제품을 출시하며 꿀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 꿀이 가진 건강한 이미지와 효능도 꿀의 인기를 높이는 요인이다.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꿀의 효능이 맞물려 건강한 단맛을 내는 꿀의 인기가 높아졌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