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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을 바꾸는 건 글로벌 집단 지성…정부·기업이 이끄는 혁신은 한계 부딪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영국 공익재단인 네스타(NESTA)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퀴즈’를 냈다. 총 10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질병과 환경 문제 등 인류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공모한 것이다. 이처럼 네스타는 파격적인 사회 실험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영국 사회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수립된 비영리기관이다.

영국 정부는 1998년 복권기금 5000억원을 떼내 각종 혁신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지원재단이 바로 네스타다. 얼마 전 이 재단은 ‘스마트 시민 조립용품 세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민 스스로가 도시 제반 환경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으고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영국 정부가 엄청난 재원을 모아 사회혁신을 지원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나 시장의 힘만론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글로벌 집단지성에 기반한 혁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초국가적인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트랜지션(TRANSITION)’이 그것이다. 각국의 사회혁신센터를 연결하고 그 성과물을 확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벨기에 브뤼셀의 ‘EBN(European Business & Innovation Centre Network)’이 중추 운영기관이다. 여기에 핀란드 뉴팩토리, 프랑스 파리지역혁신센터, 이탈리아 폴리테크니코 밀라노, 영국 영파운데이션, 스페인 사회혁신파크 등이 동참한다. 트랜지션은 각 센터를 한자리에 모아 사회혁신 프로젝트 후보작 300여 가지 중 재정 지원 대상을 선발한다. 채택 프로젝트엔 사업 코칭 등의 지원도 제공된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 사회혁신파크의 루이스미 마시아스(53) 디렉터는 “트랜지션에 참여하는 센터들은 2020년까지 교육·공공의료·소외 등과 관련해 돈은 적게 들이면서 좋은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혁신은 항상 외부에 열려 있어야 한다”며 “유럽 다른 센터들과의 협력이 스페인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가장 핵심적인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혁신 연구나 활동, 창업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서울혁신파크’가 그것이다. 서울시는 옛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일대 13만2000(4만 평) 부지에 혁신활동가, 미래연구기관, 혁신기업 200~300개 곳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서울시 배형우 사회혁신담당관은 “세계적으로 봐도 뒤지지 않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기관이나 단체를 선정해 입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연 논설위원 lee.kyu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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