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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사고, 국적 따라 배상금도 천차만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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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알프스 산악 지역에 추락한 독일 저먼윙스 항공기 사고가 2주차에 접어 들며 희생자 수습과 함께 사망자 배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독일 DPA통신은 “프랑스 검찰이 이번 주말까지 시신 수습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 패트릭 튜론 형사조사 담당 부국장은 AFP통신에 “수색대가 온전한 상태의 시신을 단 한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추락 당시 충격으로 기체가 산산조각이 나며 시신 수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법의학팀은 여러 시신에서 78개의 DNA를 확보했으며 곧 신원 확인에 들어갈 방침이다.

사고 수습이 진행되며 피해자 배상과 관련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저먼윙스 대변인은 지난 27일 “배상금과 별도의 지원금을 유가족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원금은 희생자 1인당 최대 5만유로(6000만원)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영국 로펌 '스튜어트 로'의 항공파트 책임 파트너인 제임스 힐리 프랫의 말을 인용해 “사고로 인한 유족 배상 비용은 약 3억 5000만 달러(3867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희생자의 국적이나 가족 유무 등에 따라 배상 비용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항공기 사고로 인한 배상금은 1999년 몬트리올 조약이 근거가 된다. 몬트리올 조약에 가입한 국가의 항공사는 과실여부와 무관하게 1인당 11만 3100SDR(IMF 특별인출권, 약 1억 9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여기에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개별 국가의 법원에서 승소하면 추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사고의 경우 안드레아스 루비츠 부기장이 우울증이나 시력 문제 등을 회사에 숨겼고 그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항공사 및 보험사의 추가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항공사의 국적 ▶항공편의 출발 및 도착지 ▶항공권 구입 국가 ▶승객의 거주국 등에 따라 배상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비행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발 독일 뒤셀도르프 행으로 16개 국가 출신 150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NYT는 항공 전문가를 인용해 “유럽에 비해 미국 법원의 피해자 배상 금액이 높은 편”이라며 “피해자의 나이와 직업, 수입 등을 고려하면 미국에선 최대 1000만 달러 가량의 배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독일의 경우 법원이 희생자의 장례 비용과 유족의 정신적 충격 회복, 양육 지원 등 항목으로 배상액을 엄격하게 정하기에 미국보다 보상액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힐리 프랫 파트너는 “항공 사고의 경우 평균적으로 미국은 450만 달러(약 49억원), 영국은 160만 달러(17억 7000만원), 스페인은 140만 달러(15억 4800만원), 독일은 130만 달러(14억 3800만원)의 배상금을 받는다”며 “모든 승객이 마지막 몇 분간 비슷한 공포를 겪었음에도 국적에 따라 다른 배상을 받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저먼윙스의 주 보험사는 독일 알리안츠의 기업 보험인 ‘알리안츠 글로벌 코퍼레이트 앤 스페셜티(AGCS)’다.

한국 대법원은 2009년 김해공항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2002년) 사망자에 대해 중국국제항공사(CA)가 1명당 1억 5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1997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괌 추락사고에 대해서는 1심에서 사망자 1명당 6억 9000만원의 배상금을 인정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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