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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생태계의 무법자, 염소를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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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도 염소’

‘섬 생태계의 무법자, 염소를 잡아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대대적인 ‘섬 염소’ 잡이에 나섰다.

공단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매물도(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사는 염소 20마리를 다음달 말까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대매물도(경남 통영시 한산면) 염소 140마리는 연말까지 다 포획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염소는 농촌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이다. 국립공원 내 마을에서도 가구당 5마리까지는 신고 없이 기를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소득증대를 위해 무인도 등에 염소를 방목하면서 문제가 됐다.

염소는 야생적응력이 뛰어나고 번식력도 좋다. 때문에 천적이 없는 섬에서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 나고 있다. 이들은 섬에 자생하는 풀과 나무를 뿌리·껍질 등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곳곳에 분뇨를 배설해 섬의 수질ㆍ토양도 오염시키고 있다.

병원균이 퍼질 위험도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런 이유를 염소를 ‘100대 악성 외래종’으로 지정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지난 2012년 섬지역 방목 염소를 ‘생태계 위해성 2급 종’으로 분류했다.

공단은 섬에 사는 염소를 포획한 뒤 다시 방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소유주가 없는 염소는 공원 내 마을공동체에 넘길 계획이다.

최종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장은 “염소 포획를 끝낸 뒤에는 자생식물을 심는 등 섬 생태계 복원에 힘 쓰겠다”고 밝혔다.

현재 해상 국립공원 일대 17개 섬에 살고 있는 염소는 총 775여 마리로 추정된다. 공단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612마리의 염소를 포획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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