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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살린 하수처리기술, 세계물포럼 빛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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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6일 오전 대구시 북구 서변동 신천하수처리장. 콘크리트로 된 길이 30m, 폭 10m 크기의 생물반응조에는 황토색 물이 소용돌이치며 흰 거품이 일었다. 하수 찌꺼기를 먹어 치우는 세균들에게 산소를 불어넣고 있어서다. 침전 과정을 거친 생활하수를 정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곳을 통과한 물은 최종 침전지로 간다. 이어 마지막으로 수질오염의 원인인 인(P) 제거 과정을 거친 뒤 금호강으로 흘러나간다. 최종 침전지의 물은 하늘색처럼 파래 수돗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신천하수처리장은 대구 전체 생활하수의 74%인 하루 50만5000t을 처리한다.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250㎎/L의 더러운 하수를 1㎎/L의 1급수로 만들어 내보낸다. 최현구 대구환경공단 신천사업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하수처리 시설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다음달 12일 열리는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을 앞두고 신천하수처리장이 주목받고 있다. 각국에서 온 정치인과 고위관료, 물 분야 전문가들의 견학 장소로 선정되면서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하수처리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1993년 서변동 38만1000㎡에 세워진 뒤 몇 차례에 걸쳐 생물반응조 정화처리 기능 등이 보강됐다. 덕분에 금호강의 수질도 크게 좋아졌다.

 달성군 다사읍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문산정수장도 견학 장소에 포함됐다. 이곳에선 낙동강 물을 퍼올려 하루 10만t의 수돗물을 생산한다. 경쟁력은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이다. 응집-침전-여과의 표준 공정에 전후 오존(O3) 처리와 입상활성탄(모래알 모양의 숯) 처리 공정이 추가됐다. 기체 오존을 불어넣으면 물속의 세균과 중금속 물질, 미생물 등이 제거된다. 수질 검사 항목도 185가지다. 일본의 124가지, 유럽연합(EU)의 52가지보다 훨씬 많다.

 이렇다 보니 검사 항목의 모든 수치가 기준치 이하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는다. 물의 탁한 정도인 탁도도 기준치인 0.5NTU의 10분의 1수준인 0.04∼0.06NTU다. 물이 맑다는 것은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최정한 대구시 물관리과장은 “해외에 상수도정수장과 하수처리장을 건설해주고 운영까지 맡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앞으로 이 분야가 효자산업이 될 것”고 말했다.

 이런 시설을 갖추게 된 것은 낙동강 오염 사고와 관련이 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에 이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유입되면서 정부와 대구시가 환경시설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하수처리 시설을 보완하고 시민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수돗물 생산에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결국 오염 사고가 대구를 물 관련 산업 도시로 키우는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진용환 대구시 세계물포럼지원단장은 “영어와 중국어 등으로 된 홍보물을 준비하고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배치해 우리의 물 산업 수준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12∼17일 엑스코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등에서 세계물포럼 행사를 연다. 170개국 1만7000여 명이 참가해 물을 주제로 학술회의와 토론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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