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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α, -β 뒤에 숨은 새정치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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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종문
정치국제부문 기자

“숫자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겠다.”

 25일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홍종학 의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공식 야당안’을 기다리고 있던 50여 명의 기자들 사이에선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시작된 간담회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앞섰다. 국민대타협기구 위원인 김성주 의원은 “정부는 끝까지 공식화한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원칙과 계획 없이 군사작전식으로 개혁을 추진하다 보니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안에 대해선 “연금을 삭감하는 대신 퇴직수당을 인상하면 재정절감 효과가 미미하다”거나 “신·구 공무원 간 대립과 갈등을 조장한다”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보도자료에는 ‘야당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여율(보험료율)과 연금지급률(매년 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연금 급여의 비율)이 얼마나 늘고 줄어드는지는 ‘α(알파)’ ‘β(베타)’로 표기했다. 재정절감 효과는 ‘γ(감마)’라고 써놨다. 정확한 수치가 뭐냐고 묻자 “알파, 베타 이외에도 재정절감 효과가 많다”(홍 의원),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빌미 삼아 사적 연금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김기식 의원) 등으로 동문서답을 했다. 본지를 포함해 일부 언론의 25일자 보도 내용에 대해선 “틀리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확인해 주겠다”(홍 의원)는 식이었다.

 이날 배포된 7장짜리 보도자료는 전날 원내지도부에 ‘비공개용’으로 보고된 5장짜리 초안보다 2장이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분량은 모조리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었다. 전날 자료에 들어 있던 민감한 내용은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바뀌었다. ‘고액 수령자의 연금을 적정 수준으로 삭감해 국민 위화감을 해소한다’는 표현은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이라고 적었다. 공무원노조 측에서 비판한 ‘정부·여당 안에 비해 재정절감 효과가 55조원 더 크다’고 한 부분은 아예 삭제했다.

 제1 야당이 자체안을 만들어 놓고도 왜 수수께끼 같은 기호 속에 숨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더 이해하기 힘든 건 기자간담회 때 숨겼던 숫자를 나중에 개별적으로 물어보자 알려줬다는 점이다.

 핵심은 쏙 빼고 1시간 가까이 변죽만 울린 기자간담회는 “수권정당으로서 새정치연합의 모습을 높게 평가해 달라”는 마무리 발언과 함께 끝났다. 하지만 해를 넘겨 침묵해 오다 대타협기구 활동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자 안을 내놓고, 그나마 또다시 기호 뒤로 숨어버리는 새정치연합이 ‘유능한 경제 정당’이란 구호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정종문 정치국제부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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