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준위 행사 하러 왔냐”며 개성공단 일부 시설 입장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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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김성재 사회문화분과위원장의 시설 내부 방문을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전 문화부 장관) 등 통준위 위원 4명은 이날 국제보건의료재단 일행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했으나 북측은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남측 부위원장을 통해 "통준위가 무슨 행사를 하러 온 것처럼 됐으니 진료소와 탁아소는 보지 않게 하라고 통보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익명을 전제로 밝혔다. 북측은 개성공단 방북은 허용했으나 이날 오전 9시께 이렇게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북측은 개성공단 내 북측 진료소·탁아소를 밖에서만 봤으며 북측 관계자의 설명도 없이 우리측 의사들에게만 설명을 들었다. 모자(母子)보건 사업 등 보건의료 관련 실태 점검을 위해 방북했다는 소기 목적이 퇴색한 것이다. 남북 간 별도 접촉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모자보건 사업은 박근혜정부가 올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키로 한 대북 사업 중 하나다.

김 위원장 일행의 방북은 국제보건의료재단 소속으로 이뤄졌으며 본지 보도(2015년 3월25일자) 후 일정이 공개됐다. 북한은 최근 정종욱 통준위 민간 부위원장의 흡수통일 관련 발언 후 통준위 해체를 요구하는 등 비난 공세를 펼쳐왔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방문 목적은 개성공단 보건의료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3월 초순경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통해 북측과 방북 협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또 "통준위 위원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모두 보건의료 전문가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날 방북단엔 김 위원장을 포함해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장연구실장,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장 등 통준위 위원 4명과 국제보건의료재단 관계자 5명이 포함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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