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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약해서 놀이기구 못 탄다?"…시각장애인 탑승 막은 롯데월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잠실 롯데월드가 "다른 사람들보다 약해서 허리를 다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막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빛맹학교에서 수학교사로 있는 안승준(34·시각장애인1급)씨와 롯데월드 측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21일 보호자 2명과 시각장애인1명과 함께 잠실 롯데월드에 갔다. 안씨는 일행들과 함께 오전부터 바이킹, 후름라이드, 자이드롭 등 여러가지 놀이기구를 탔다. 대부분의 놀이공원에서 장애인을 우선 입장시켜주는 복지카드를 이용해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안씨의 '즐거운' 봄소풍은 정글탐험보트를 탑승하려던 순간 깨졌다. '정글탐험보트'는 원형 보트를 타고 설치된 레일을 따라 어두운 실내 속 급류를 타는 놀이기구다. 복지카드를 보여주고 입구를 통과한 안씨가 보트에 오른발을 내딛는 순간 직원이 순식간에 안씨를 끌어내렸다. 시각장애인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안씨가 "보호자도 동승하고, 이미 더 위험한 놀이기구도 탔는데 왜 못 타느냐"고 항의하자 해당 직원은 "매뉴얼에 따랐을 뿐"이란 대답만 반복했다.

잠시 후 나온 상급자는 "시각장애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약해서 허리를 다칠 수 있다"며 "이 놀이기구를 타다가 시각장애인들이 다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총괄 직원이 제시한 매뉴얼은 2012년도 것이었으며 그곳에는 '장애자가 오면 잘 설명해서 돌려보낸다'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안씨는 “장애자란 법적 용어도 아니며 모든 장애인에게 놀이기구가 위험한 것은 아닌데 내용 자체가 차별적”이라며 “심지어 지난해에 관광공사와 롯데월드 측 초청으로 시각장애인 학생들 중 일부가 해당 놀이기구를 탔었는데 롯데월드 규정은 오히려 역행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측 관계자는 "해당 놀이기구는 탑승 과정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49여개 놀이기구 중 유일하게 시각장애인 탑승이 어렵다고 홈페이지와 놀이시설 입구에 사전 안내를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보다 논리적으로 설명 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드리며 직원 교육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씨는 "이전에도 최소 5차례 이상 해당 기구를 탔으며 정글탐험보트 코스를 숙지할 정도"라며 "장애인임을 알 수 있는 복지카드를 입구에서 보여줬음에도 별다른 말 없이 입장시켜주는 등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명자료를 추가로 보내 "이전에도 정글탐험보트에 시각장애인을 태운 적은 없으며 탔다면 시각장애인을 밝히지 않고 탔을 수 있다"며 "복지카드를 보고 장애인임을 알고 배려해 우선 입장시킨 뒤에 탑승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임을 알게 돼 뒤늦게나마 탑승객 안전을 위해 관련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례는 안씨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장애인 인권센터는 지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한 에버랜드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고 안전가이드북 내용을 고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해 12월 냈다.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차등적 탑승 제한 제도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장애인단체의 자문을 받는 등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인권위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6년간 들어온 진정 6540건 중 61.6%가 식당 이용 거부나 놀이기구 이용 제한 등의 재화·용역 제공 및 이용 차별에 관한 진정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선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차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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