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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진심으로 산다는 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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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벽하지 않아. 최고의 남편도 아니고, 미안하지만 최고의 아빠도 아니었어. 그래도 이건 잘해. 그래서 이걸 너와 나누고 싶어”

 최고 레스토랑 유명 셰프에서 푸드트럭 샌드위치 요리사로 전락한 칼.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주인공 칼이 10세 아들 퍼시에게 하는 말입니다. 공짜 손님에게 타버린 빵을 주려는 아들에게 하는 말이죠. 여기서 ‘이건’ 요리입니다. 그는 진심을 다해 요리합니다. 돈이나 외부의 평가보다 그에게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해서 요리를 만들고 그 요리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위로받습니다. 유명 레스토랑에 있을 때보다 푸드트럭 위에서 그는 더 행복해집니다.

 이번 주 ‘이야기가 있는 음식’은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 나오는 샌드위치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칼은 돼지고기를 소스에 재워 오븐에서 8~9시간 익혀낸 로스트 포크로 샌드위치를 만듭니다.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당신의 역사’의 주인공인 국내 소믈리에 1호 서한정씨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소믈리에는 단순히 와인을 추천하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와인의 역사와 각 지역의 대표 와인, 그리고 대표 와인이 된 이유 등 와인 속에 숨은 이야기들까지 전부 알고 있어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믈리에란 개념도, 와인에 대한 지식도 전무하던 시절, 서씨는 혼자 새벽엔 프랑스어·영어·일본어 공부를 퇴근 후엔 와인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파슬리·키위·오렌지 등을 코에 대고 다니며 와인 냄새를 익혔고, 책장이 닳아서 해질 때까지 와인 관련 서적을 보고 또 보며 암기했다고 합니다. 10년을 매일같이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해도 진심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무리 대단한 일이라도 아주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일들이 모여 이뤄지는 법이죠. “이 정도면 됐어”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걸 뭐”라며 타협하지 않는 그들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커버 스토리는 강남의 한류 열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한대 기자와 김경록 기자가 지난 15일 끝난 엑소의 두 번째 단독콘서트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14, 19, 22일에도 압구정동, 삼성동, 잠실 일대를 누비며 한류 팬들을 만났습니다. 지난 1월 삼성동에 들어선 SM타운은 그새 한류 팬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더군요.

 그 옛날 주윤발·양조위·장국영의 홍콩 영화에 열광하던 우리들처럼 해외의 한류 팬들은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류 공연장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을 빼곤 강남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한류의 경쟁력이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습니다. 강북과는 차별화되는 강남의 문화 경쟁력은 뭘까요. 한류 문화의 성지로 부상하는 것도,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는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합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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