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5.24 해제 논의하자고? 얼빠진 주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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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5주년인 26일을 앞두고 북한이 24일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를 위해 북한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남측 입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24일 "천안함 폭침은 이미 국제공동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여전히 사실을 왜곡하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데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남북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날을 세운 것이다.

선제 공격으 북에서 나왔다. 북한은 이날 최고권력기구 국방위원회(제1위원장 김정은)의 정책국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5.24 조치의 해제에 앞서 그 누구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궤변은 언제 가도 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5.24 조치 해제를 위해 북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남측의 주장을 "잠꼬대 같은 넋두리"라며 "상관 없는 우리더러 그 무엇을 사과하고 무작정 태도 변화를 보이라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주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또 남북이 5.24 조치 해제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얼빠진 주장"이라며 "날조한 근거에 기초해 꾸며낸 5.24 조치는 지체없이 해제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측 정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지난 16일 취임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5.24 조치와 관련 "남북간 만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해제가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천안함 폭침 5주기를 앞두고 일부 정치권에서 5.24 조치 해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에 따라 대화를 향한 출구를 스스로 닫아버림으로써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루 전인 23일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5.24 조치는 우리가 독단적으로 한 것이므로 (별도 해제 없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실시하면 그만"이라고 주장했으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5년 전 역사를 아무 일 없었다는 식으로 일방적 해제하는 것을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여당 지도부 내에서도 5.24 조치와 북한의 사과를 둘러싼 노선차를 드러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24일 "(정치권에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정부의 5.24 조치 해제 관련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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