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시댁에 간 새색시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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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2국> ○·스 웨 9단 ●·김지석 9단

제9보(83~96)=좌하 쪽 흑83은 타개와 수습의 상용수단. 상대의 움직임에 기대어 탄력을 얻겠다는 뜻인데 즉각, 젖혀 막은 백84는 지나치게 안일했다.

 “집이 부족한 건 알겠는데….”

 박영훈 9단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꼬리를 흐리며 미간을 찌푸린다. 맞다. 여기는, 백이 서둘러야 했던 좌상귀 쪽을 늦추면서까지 일관되게 세력의 입체화를 공들였던 곳이다.

 이렇게 ‘시댁에 간 새색시처럼’ 얌전하게 지킬 바에는 이곳보다 먼저 좌상일대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어야 했다.

 검토진의 견해는 ‘참고도’ 백1의 압박이다. 투지를 끌어올려 공격해야 한다. 반드시 흑 일단을 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놓아주더라도 압박은 해야 한다. 막상, 백7까지 몰아치면 흑도 두렵다.

 흑 대마사냥에 실패하더라도 중앙에 새로운 세력이 형성되면 좌변 백a로 밀어가는 수단이, 집으로나 좌변 흑 공격으로나 유력해진다. 84로는 하다못해 ‘참고도’ 백b로라도 젖혔어야 했다는 게 훗날 김지석의 소감.

 86으로 급소를 치받아올 때 우하 쪽으로 붙여간 87이 유연한 발상. 93까지 선수하고 95로 붙여 타개의 틀이 갖춰졌다. 우변 96은 축머리공작인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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