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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 녹색건축 전문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녹색건축이 적용된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 복지관 앞에 선 유김승민 학생기자(왼쪽)와 김유민
그린코드 녹색도시연구소장.

“차에서 내려 건물에 들어오기까지 계단이나 턱이 없어요. 경사로 없이도 휠체어가 곧장 진입할 수 있죠. 시각장애인이 손으로 만져서 읽는 지도(촉지도) 안내판도 있고요.”

김유민(48) 그린코드 녹색도시연구소장은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이 녹색건축 및 BF(barrier free, 장애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도록 컨설팅 한 녹색건축 전문가다. 녹색건축 디자이너가 꿈인 유김승민(서울 상암중 1) 학생기자는 신기한 듯 촉지도를 만져봤다. 건물 안팎 모든 안내문에는 돋을새김 점자가 있다. 복도와 엘리베이터에는 손잡이가 설치돼 시각장애인이 잡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복도 곳곳에 놓인 1ℓ들이 소화액은 불이 난 곳에 던지기만 하면 용기가 터져 불이 진화된다고 한다. 앞이 안 보여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섬세한 배려 덕분에 이 건물은 BF 최우수 등급과 녹색건축 분야 우량 인증을 받았다. 실내는 친환경 인증자재로 꾸몄고, 100% LED 전등을 써 전력 사용량을 줄였다. 내외부 단열(열을뺏기지 않도록 시공하는 것)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실내 정원과 옥상 정원도 갖췄다.

“제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탄소중립녹색도시였어요. 탄소 배출량이 제로(0)가 될 수는 없어요. 건축물을 제로로 해도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물질에서 탄소가 나오거든요. 사람도 숨을 쉬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요. 탄소중립이란 배출한 탄소를 도시가 흡수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개념이죠.”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식물을 활용한 녹화 사업이 필요하다. 김 소장은 “물도 탄소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청계천 때문에 도시의 온도가 내려갔다는 건 탄소가 줄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녹색건축이라 하면 자연스레 친환경, 에너지 절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김 소장이 이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BF 건축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 휠체어 신세를 지셨어요. 미용실 한번 가는 것도 고역이었죠. 휠체어에서 안아 내려서 차에 태우고, 다시 휠체어에 태워 조금 가면 계단을 만나고요. 나들이를 좋아하셨는데, 결국 외출을 포기하게 되더군요.”

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

이후 김 소장은 유럽에서 BF 건축에 대해 연구하며 녹색건축에 포함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CPTED(셉티드·범죄 예방 환경 설계), 그린 리모델링, 환경 분석 등도 녹색건축에 포함된다. 셉티드는 거리 조명, 창문 크기 등을 잘 설계해 범죄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그린 리모델링은 기존 건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고치는 작업이다. 환경 분석은 일조량(햇빛이 비치는 양), 소음 등을 분석해 쾌적한 주거 환경이 되도록 설계하는 기술이다.

녹색건축 전문가가 태양광 패널이나 친환경 자재를 개발하는 건 아니다. 대신 어느 제품이 비용 대비 가장 효율이 높은지 개발자보다 더 잘 알아야 한다. 태양광 패널을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설치하거나, 유지비가 비싼 걸 사용한다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도 안내판.

“녹색건축 전문가는 도시공학이나 건축전공을 하고, 환경과 에너지도 잘 알아야 해요. 국내에는 이 분야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혀있지 않아서 아직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없답니다. 유김승민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때쯤엔 아마 생길 거예요. 자라나는 젊은이들이 ‘돈 많이 벌고 싶어요’ 대신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유김승민(서울 상암중 1) 학생기자의 취재 후기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을 배려한 부분과 과학적인 설계를 확인하고 정말 놀랐습니다. 에너지 절약, 신재생 에너지 활용만이 친환경 건축인 줄 알았는데, 세심하게 사람의 삶을 배려하는 일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단순히 에너지 절약되는 건축물을 짓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불편함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환경과 사람에게 이로운 건축물을 짓는 건축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고민이었는데요, 인터뷰를 하고 나니 수학과 과학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이경희·이지은·김록환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장진영·우상조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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