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외식업체 '불황 탈출'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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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신세계는 고객에 대한 '약속 불이행 보상금'을 최근 두배로 올렸다. 약속 불이행 보상금이란 판매 상품의 수선.배달 등이 늦어질 경우 보상 차원에서 상품권을 주는 것이다. 신세계는 그간 1만원짜리 상품권으로 줬으나 2만원 짜리로 액수를 늘렸다.

또 하반기부터는 야채.식품 등의 유통기한이 지나 교환.환불할 때도 상품권을 얹어 주기로 했다. 백화점.할인점.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이 '서비스 업그레이드' 경쟁에 나섰다. 소비심리가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가격인하에 이은 서비스 개선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 서비스 업그레이드 바람="안녕하세요.저는 현대백화점 OO점 점장 OOO입니다."

현대백화점 각 점포 점장들은 이달 초 핵심고객(VIP)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각 점장들은 "고객님이 우리 매장을 자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음악회 초대권을 준비했으니 꼭 참석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그간 우수 고객들에게는 우편물로 문화행사 초대권 등을 나눠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 점장들이 일일이 고객에게 전화까지 하는 친절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각 점장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라며 "고객성향을 파악해 해당 공연에 관심을 가질 만한 고객을 미리 선별할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점인 까르푸는 이달부터 '가전제품 애프터서비스(AS)연장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의 서비스전문업체와 제휴하기도 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제공하는 무상 수리기간은 보통 1년이다. 그러나 까르푸는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판매가의 10%를 추가로 내면 무상 수리기간을 2년 더 연장해 준다.

***무상수리 2년 더 연장

이 회사의 김진년 부장은 "무상 수리기간이 짧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들이 많아 이 제도를 도입했다"며 "오디오.프린터 등 고장이 잦은 제품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쇼핑몰인 인터파크는 이달부터 물건에 하자가 없어도 고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무료로 반품 처리해 준다. 인터넷쇼핑몰 업계에서는 물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반송비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게 보통이었다.

특히 이들은 반품 때 신속히 물건 값을 돌려주는 '선환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상품 배달은 빠르지만 반품 때 환불은 느리다는 고객들의 지적을 반영한 서비스다.

◇우량고객에는 더 많은 서비스도=유통업체들은 판촉비는 최소화하고 효과는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돈 안 되는 고객'은 과감히 떨어내고 대신 '돈 되는 우량고객'에게는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디마케팅'(demarketing)전략이다.

롯데는 최근 사은품 증정권.주차권 등이 들어 있는 판촉용 우편물을 70만부에서 60만부 안팎으로 줄였다. 대신 내용물은 더 충실하게 보완하기로 했다. 우량고객을 중심으로 판촉을 더욱 강화하는 셈이다.

***VIP 전용 주차장.휴게실도

특히 주요 백화점들은 점포별로 5백~1천명의 최우량 고객에게 전용 주차장.특별 휴게실을 제공하고 있다.

목동의 행복한세상도 양천구.영등포구 등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사은품 증정권을 더 많이 보낸다. 자주 찾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TV홈쇼핑도 마찬가지다.

LG홈쇼핑은 최근 우량고객이 상품을 주문할 경우 전담 도우미들이 직접 방문해, 제품설명과 각종 불만사항을 처리해주고 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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