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기로 유명한 샤넬이 마침내 가격을 소폭 인하한다. 달러 강세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은 내달 8일부터 미국에서 샤넬 11.12백(미디엄) 가격을 현재 4900달러에서 4786달러로 2.3% 내린다고 밝혔다.
샤넬의 가격 인하는 아시아의 경우, 더욱 드라마틱하다. 그 동안 꾸준히 가격을 올리던 아시아에서 샤넬은 10년만에 가격을 내린다고 지난 17일 발표한 바 있다. 샤넬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되는 샤넬클래식, 보이 등 인기제품의 가격은 20%나 인하된다. 반면, 유럽 지역 판매 가격은 20% 오르게 된다.
이번 가격 조정으로 샤넬의 판매 가격은 전 세계가 비슷해졌다.
그동안 샤넬은 같은 핸드백이라도 지역에 따라 가격을 달리했다. 뉴욕의 판매 가격은 파리보다 10% 비쌌다.
반면, 중국은 수입관세 등으로 인해 파리보다 30~40% 더 비싸게 판매돼 왔다.
하지만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지역별 가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에 따라 샤넬 11.12백의 경우 미국(4900달러), 중국(6095달러), 파리(3750달러) 등 지역별 가격차가 엄청났다. 중국이 프랑스보다 무려 63% 비싼 셈이다. 유러화 약세가 가격 불평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킨 것이다. 또 다른 가격 인하 배경은 샤넬 본사가 전세계 매장의 가격을 유사하게 맞춘다는 것으로 본사 방침을 재정립한 데 있다. '국가별 가격 정책'을 버리고 '글로벌 가격 일치화 전략'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가격 조정으로 내달 8일부터 샤넬 11.12백은 미국 4786달러, 중국 4900달러, 유럽 4500달러로 조정된다.
샤넬측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지역간 가격차이가 더 커졌다. 이에 따른 가격조정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가격을 올려 매출이 줄더라도 아시아 지역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간 판매가격이 벌어지면서 아시아계 소비자가 유럽 현지에서 구매한 가방을 본국에서 재판매하는 '명품원정 쇼핑' 경우가 급증한 것도 이번 가격인하의 이유로 지목된다.
그동안 아시아 관광객 중 상당수는 현지에서 샤넬백을 구입, 자국의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렇게 싸게 팔리는 암시장은 명품업계의 골칫거리가 돼 한국, 중국 등 공식 매장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 한인 소비자는 "'노 세일(no sale)'을 고수하며 높은 콧대를 뽐내 온 샤넬의 가격 인하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맹목적 명품 추종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샤넬 측이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