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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브루클린, 성수동을 걷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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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뉴욕의 브루클린 지역처럼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작업실, 독특한 콘셉트의 음식점, 각종 협동조합까지. 신발 공장 지대 속에 생긴 작은 공간들이 낡은 거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떠난 반나절 동안의 성수동 여행.

여행이 좋은 건 새로운 곳에 당도했을 때의 낯섦과 그로 인한 설렘 때문이 아닐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서울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골목에 들어서면 잠시나마 여행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수동은 추천할 만한 곳이다.

근 1년 사이, 허름한 공장 지대였던 이곳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이면서 점차 이야깃거리가 피어나고 있다. 한때 서울 문래동이 예술가들의 마을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것처럼 이곳 역시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또 다른 예술 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문래동이 용접 관련 상점이 밀집되어 자신만의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있다면, 성수동은 봉제, 원단, 포장 가게 등의 인프라가 발달되어 제품 디자이너들의 마을로 성장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서울숲이라는 운치 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고, 다리만 건너면 강남 청담동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이곳엔 젊은 디자이너들이 모이고 있다. 그 영향으로 저마다의 콘셉트를 내세우는 카페, 밥집, 아틀리에 등도 연이어 생기며 지금, 성수동 문화는 새롭게 쓰이고 있다.

늘 궁금했던 그곳에 언젠가는 가보리라 생각했던 에디터는 어느 일요일 오전, 낯선 거리 탐방에 나섰다. 아무런 준비 없이 성수 역을 향하던 중, 다른 이들은 어떤 곳을 찾았을까 궁금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해시태그로 ‘#성수’를 검색했다.

수많은 사람이 남긴 성수동 구석구석의 사진을 참고해 가보고 싶은 곳의 목록을 뽑고, 지도를 찾아가며 루트를 정했다. 이번 성수동 골목 여행의 테마는 크게 두 가지다. 성수 역을 중심으로 한 허름한 공장 지대 속 예술가들의 거리 걷기와 서울숲 역 인근에 오밀조밀하게 모인 작은 가게 찾기.

1 오래전부터 수제 구두 장인들이 모여들어 어느새 구두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성수동. 허름한 거리에서 문득 마주한 벽화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2, 3 골목길 걷기에 앞서 준비할 것은 편한 신발과 카메라 하나. 이른 아침, 모닝 커피를 마시며 반나절 여행 루트를 짜기로 했다. 잠시 들어간 곳은 성수 역 인근에 위치한 ‘자그마치’란 이름의 카페로 인쇄 공장을 개조해 만들었다.

4, 5 성수 역에서 가장 궁금했던 곳 중 하나는 바로 이곳, 수제화 장인의 숍 7곳이 모인 프롬에스에스다.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는 구두 장인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 일요일인데도 매장마다 영업에 한창이었다. 매장마다 조금씩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어 두루 둘러 볼 만하다.

6 대림창고는 성수동을 단번에 핫플레이스로 만든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정미소였는데 한동안은 물건 보관 창고로 활용되다가 어느 순간엔가 패션 브랜드의 트렌디한 행사가 열리는 핫 플레이스로 변했다. 전혀 다른 공간으로 쓰이고 있지만 여전히 허름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7 그림, 조명 등 아트 작업을 하는 김정한 작가의 작업실이자 갤러리 그리고 최근에는 촬영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베란다 인더스트리얼. 이곳 앞에 서자 잠시 외국으로 여행 온 느낌이다.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다. 원래 금속 부품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해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8 베란다 바로 옆에는 디자인 협동조합인 보부상회가 있다. 별도의 유통망 없이 개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끼리 연대해 작업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의 모임이다.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 채 잠긴 문을 계속 덜컹거리다 전날 작업을 하다 밤을 샜다는 작가를 깨우고 말았다.

Sungsu-dong list

오고가게(02-403-0378)
디웰살롱(02-6925-2528)
우드유라이크(02-6214-6814)
펜두카(070-4473-3370)
아뜰리에 써니(010-6344-9179)
보난자 베이커리(070-4799-5025)
프롬에스에스(070-4418-6283)
자그마치(070-4409-7700)
대림창고(02-498-7474)
보부상회(www.boboostore.com)
베란다 인더스트리얼(070-7527-1778)

1, 2 서울숲 역으로 이동한 것은 늦은 오후다. 햇빛이 기울기 시작하니 오히려 거리의 풍경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이곳 광진구 일대는 평지인 편이라 자전거를 타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으며 곳곳에 자전거를 세워둔 곳도 많다.

3, 4 서울숲 역에서는 4번 출구 방향으로 나와 성동구민종합체육센터를 찾아 보자. 그 옆으로 난 골목에 작은 숍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그중 꽃 작업을 하는 이의 공간인 아뜰리에 써니, 도시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것과 관련된 물건을 판매하고 생산된 식재료를 유통하는 일을 하는 오고가게 앞을 지났다. 아기자기한 외관 풍경이 눈길을 끈다.

5 무비토크, 1% 살롱 등 포스터만 봐도 흥미로웠던 디웰 살롱. 알고 보니 사회적 기업가들의 일종의 셰어 하우스이자, 많은 사회적 기업가가 영감을 얻고 성장할 수 있는 거점을 꿈꾸며 만든 곳이다. 매번 새로운 기획으로 재미난 모임을 꾸리고 있다.

6 오래 걸으며 출출하다 싶을 때 보난자 베이커리를 만났다. 오후 5시쯤, 한 차례 빵을 더 굽는데, 그마저도 몇 개 남지 않았다. 버터, 설탕, 우유, 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유기농 밀가루를 장시간 발효시켜 만든 건강한 빵이다. 대부분 예약으로 팔려나가기에 미리 전화하고 가보는 것이 낫다.

7, 8 좁은 골목 사이사이엔 소품 가게도 두 개나 있다. 남아프리카 빈민, 장애 여성들을 돕기 위해 그들이 만든 가내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펜두카’와 광고업계 출신 부부가 선보이는 나무로 만든 가구와 소품 가게 우드유라이크. 비영리 단체나 개인 작업가의 열정이 담긴 물건은 대량 생산되는 그것과는 또 다른 감성이 있다.

기획 ·사진=박주선 여성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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