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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래 틈에 낀 새우 아닌 돌고래 … 남북문제 소신있게 주도해 나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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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 정치인들이 방문할 때마다 주로 하는 말이 ‘미국에 얘기해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해달라’는 것인데 이제 좀 생각을 조정했으면 합니다.”

 신기욱(54·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 겸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최근 『남북 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한울)라는 책을 펴낸 그는 20일 오후 4시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각기 활동했던 이종석·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이 토론 패널로 참석한다.

 신 교수는 책에서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다. 주도권을 가지고 남북 문제를 끌고 갈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 내부의 소극적 시선을 비판한 것이다. 17일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은 경제·군사·교육 등 충분히 실력을 가졌다”며 “고래보다 몸집은 작지만 훨씬 순발력 있고 친화적인 돌고래에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그는 ‘맞춤형 인게이지먼트(Tailored Engagement)’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국이 상황에 맞게 단계별로 대북정책을 소신있게 주도해 나가자는 제안이다. 시장경제에 기반해 실리를 우선하는 경제협력에서 시작해 외교·안보 상황에 따른 교류 확대로 이어가자고 했다.

 신 교수는 “대북 유화정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인게이지먼트’를 우리말로 바꾸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포용정책’이라고 번역했는데 내 뜻과는 거리가 있다”며 “무조건 용인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북한과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초기에 내놨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방향에 공감했다”면서도 “그러나 이후 ‘통일대박론’은 이전 정책과 논리적 연결고리는 없고 북한만 자극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 닉슨 전 대통령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한 사례를 들었다. “닉슨은 반공주의자여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박 대통령 또한 지금 대북정책을 주도적으로 펼칠 좋은 위치에 있다.”

 ‘맞춤형 인게이지먼트’를 강연 주제로 내건 그는 “서로 다른 정권에서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전직 장관들의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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