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자약 시대 머지않아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변속기어를 바꾸고 있다. 더 빠르고, 더 투명하고, 더 스마트하게.

 숨가쁘게 달리는 GSK는 한국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오랜만에 새 얼굴이 나타났다. 지난해 7월 한국GSK를 17년간 이끈 김진호 회장이 GSK 북아시아 총괄 겸 회장으로 승진 이동하고 홍유석(51·사진)사장이 영입됐다. 최근 만난 홍 사장은 “이제 혁신 신약 하나에 의존하는 ‘블록버스터 비즈니스 모델’은 끝났다”며 “전자약 시대도 머지 않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출발해 미국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글로벌 제약사 영업사원 및 신흥시장 전략 담당, 세계 최대 제네릭제약사의 한국지사장 등을 거쳤다. 홍 사장은 “이제는 세계 톱10 제약사들도 특정 분야에서 최정상급 실력이 없으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제약산업 진입장벽도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이유다. 거대 제약사 한 곳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수의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대박을 내는 전략은 한계에 달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제는 백신, 항암제,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등 각 분야에서 강점을 살려 압도적인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글로벌 제약산업에 부는 M&A 바람도 성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GSK는 이제 특정 기업을 통째로 사는 몸집불리기식 M&A는 하지 않는다”며 “특화된 분야에서 옥석을 가려낼 눈이 있는 기업만이 M&A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GSK는 300년 간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웰컴·비참이라는 5개 회사를 중심으로 26개 제약기업이 합쳐졌다.

 그는 GSK의 미래를 ‘바이오 일렉트로닉스’(바이오전자)와 혁신적인 R&D 모델에서 찾았다. GSK는 2013년부터 전자약 등 바이오일렉트로닉스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전자약이란 체내에 마이크로칩이나 나노칩을 이식하고 전기자극을 이용해 장기를 치료하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10년 내에 전자약을 쓰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SK는 2013년 네이처지를 통해 이 분야 연구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5000만달러 벤처 기금을 조성해 연구자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홍 사장은 “본사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의 IT기업들과 협업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또 “6~7년 전부터 연구개발 모델을 획기적으로 바꾼 게 최근 서서히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GSK에선 수십개의 소형 R&D 조직이 바이오벤처기업처럼 자율적으로 약을 개발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위주로 인력과 예산을 집중시켜 신약을 개발하는 거대 제약기업의 R&D 모델을 벗어던졌다. 그 결과 GSK는 현재 전세계에서 동시에 40개 이상의 신약에 대한 글로벌 2·3상을 진행하고 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