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기업대표단 건의서 접수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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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규정의 일방적 개정 관련 항의차 방북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의 건의서 접수를 거부했다. 북측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18일 방북 후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귀환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입주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정 회장은 이날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 북측 관계자 5명과 만나 약 2시간 면담했다. 정 회장 측이 A4 용지 1장 분량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단 건의문’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북측은 이를 거부했다. 건의문엔 개성공단 근로자의 노동 규정은 남북 당국간 협의를 거쳐 개정되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북측은 지난달 26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최저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우리 측에 일방 통보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2시간의 면담 과정에서 건의문 내용의 10배 이상 되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며 “우리 입장은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측에서도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북측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어준 건 처음이지 않았나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노동규정 개정을 위해 남북 당국 간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데 대해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 정 회장은 “(북측의)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또 “북측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지난 10년간 북한의 쌀과 기름값 상승률이 50~70%에 달하는 반면 개성공단 임금 인상률은 40%밖에 안 되어서 나름대로는 임금 인상폭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정 회장은 방북 직전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폭침 5주기인 26일로 예정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대북전단 살포만 억제된다면 개성공단 임금 문제는 오히려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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