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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예상 법인세 2조 줄 듯 … 삼성전자 실적 부진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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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임환수 국세청장과 전국상의 회장단이 17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책간담회를 헸다. 상의는 “성실기업의 세무조사를 줄여 달라”고 건의했고 임 청장은 “납세자에게 불편·부담을 주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왼쪽부터 임 청장, 박용만 대한상의·이강신 인천상의·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성룡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인세 세수가 부진할 전망이다. 올해 법인세 납부액을 결정하는 지난해 기업 실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본지가 최근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법인 중 시가총액이 큰 50개 기업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세전순이익(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59조1554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3072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앞으로 납부해야 할 법인세 총액(법인세 비용) 역시 2013년 14조928억원에서 지난해 11조7412억원으로 2조3516억원 줄었다.

 여기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세전순이익은 17조2806억원으로 전년(24조2172억원)보다 6조9366억원 감소했다. 법인세 비용 역시 2013년 6조2877억원에서 지난해 2조6889억원으로 3조5988억원 줄었다. 지난해 실적도 나빴지만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서 공제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세 부담은 그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의 실적은 전년보다는 호전됐고 법인세 비용도 증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감소액을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법인세 비용이 전년보다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지난해 4조5411억원의 세전순이익을 올린 SK하이닉스였다. 법인세 비용은 2013년 1979억원에서 지난해 7693억원으로 늘어났다. 12월 결산법인들은 전년 실적에 따라 3월 말까지 법인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매해 8월엔 전년 실적에 따라 이듬해 3월에 확정되는 법인세 일부를 미리 내기도 한다.

 지난해 정부의 법인세 목표는 46조원이었지만 이보다 3조3000억원 미달한 42조7000억원을 걷는 데 그쳤다. 올해 목표도 지난해와 같은 46조원이지만 달성 전망은 밝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국내 1235개 상장사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96조6000억원으로 전년(106조2000억원)보다 9% 감소했다. 유창우 현대회계법인 이사는 “기업의 영업이익이 줄면 법인세 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은 변수는 다른 기업들의 실적과 국세청이 세무조사 등을 통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세금을 걷느냐다.

 일단 국세청은 세금은 엄정하게 걷겠지만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세정 지원을 하고 세무조사와 관련한 어려움도 덜어 주겠다는 입장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17일 박용만 회장 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정 지원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상의 회장단은 이 자리에서 ▶성실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부담 완화 ▶접대비에 대한 세무상 규제 완화 ▶일반 세무조사 사전통지기간 연장 ▶세무조사 종결협의제 도입 등을 요청했다.

 상의 측은 “접대비 한도가 1998년 이후 18년째 동결돼 있다. 거래처 접대는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만큼 인정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청장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기업의 어려움은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접대비 한도 완화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법을 고치는 것은 국회와 기획재정부의 업무 소관이다. 김영란법이 통과된 상황이라 접대비 한도 확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김동호 선임기자, 세종=김원배·김민상 기자 oneby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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