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콩의 본고장" 영주 vs 안동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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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북 북부의 이웃인 영주시와 안동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콩’을 둘러싸고서다.

 두 도시는 국내 콩 생산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1위는 재배 면적이 약 16㎢로 여의도 면적의 5.5배인 안동시다. 영주시는 약 12㎢로 그 다음이다.

 하지만 ‘콩의 고장’으로서의 이미지를 선점하는 데는 영주시가 먼저 나섰다. 다음달 30일 개관하는 ‘콩 세계과학관’을 통해서다. 10만2833㎡ 부지에 100억원을 들여 지었다. 각종 콩 품종을 비롯해 콩으로 만든 식품·화장품 등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콩으로 요리를 만드는 체험장도 갖췄고 전문과학관으로 미래창조과학부에 등록까지 마쳤다.

 목표는 프리미엄 누리기다. 나주 배와 상주 곶감이 값을 더 받듯 ‘콩 하면 영주’라는 인식을 심어 프리미엄 콩으로 대접 받게 하려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콩 전문과학관이 영주시에 있다”며 홍보전도 펼치고 있다.

 생산량 기준 1등인 안동시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콩 과학관을 착공한 2013년 ‘안동 콩’이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특허청에 신청해 지난해 등록했다. 안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에 전부 ‘안동 콩’이란 브랜드를 붙여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영주시가) 도전해 오는데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안동시는 2위와 격차를 벌이기 위해 콩 재배 면적을 더욱 늘려가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두 도시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은 콩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선비’ 이미지 선점을 위해 이미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였다. 영주시는 2000년을 전후해 최근까지 ‘선비숨결’ ‘선비뜰’ ‘선비의 고장’ 등을 잇따라 상표등록했다. 안동시도 비슷한 시기에 ‘안동선비’ 등을 등록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선비를 둘러싼 경쟁과는 별개로 어감이 더 좋은 ‘양반’을 안동시 대표 브랜드로 앞세워 각종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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