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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도 구단도 붙잡는데 … 캡틴 포웰, 눈물의 이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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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포웰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주장 리카르도 포웰(32·1m97cm).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6위 전자랜드가 3위 서울 SK에 3연승을 거두고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성실한 자세가 돋보이는 그는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전자랜드 전 주장 이현호(35)는 “포웰은 가족이나 다름 없다. 외국 선수라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동료들을 모두 형제처럼 대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웰은 올 시즌을 끝으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포웰은 한 팀에서 연속 3년까지만 뛸 수 있다는 기존 외국인 선수 계약 조항에 따라 팀을 떠나야 한다. 여기에 한국농구연맹(KBL)이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 새 외국인 선수 선발제도 문제까지 걸렸다. KBL은 올 시즌에 뛴 기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2명 보유·동시 출전 가능(2·4쿼터) 조항을 신설하고 2명 중 1명은 1m93㎝ 이하여야 한다는 제한을 두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재민 KBL 사무총장은 “제도의 큰 틀을 바꾸면서 기존에 뛴 선수나 새로 도전할 후보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게 나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2008~2009 시즌을 포함해 4시즌동안 전자랜드에 몸담았던 포웰은 지난 13일 “다른 팀에서 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올시즌 부산 kt에서 뛰었던 찰스 로드(30)는 덩크슛 1위(평균 1.29개)에 오르고도 팀을 떠나야 했다. 로드는 “아쉽지만 규정이기에 어쩔 수 없다. 슬프다”고 말했다.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 이후 조니 맥도웰(44·전 현대), 애런 헤인즈(34·SK) 등 외국인 스타들을 배출했다. 국내 4개 팀에서 7시즌을 뛴 헤인즈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서 귀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한 팀의 붙박이로 자리잡는 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프로야구 두산에서 5시즌째를 맞는 니퍼트(34)나 프로축구 FC 서울에서 10년(선수 8년+코치 2년)째 남아 있는 아디(39)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프로농구에서 나올 수 없다. 특정 팀의 전력 불균형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재계약 제한 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시즌에 뛴 외국인 선수들은 바뀐 규정에 따라 무조건 팀을 나가야 한다.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에 참가해 원소속팀의 지명을 받을 수 있지만 추첨 순서에 따라 각 구단이 지명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복귀를 장담할 수 없다.

 포웰은 11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친 뒤 “외국인 선수 선발규정은 나쁜 규정(bad rule)”이라면서 “그동안 팀에서 이뤄놓은 것이 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적지 않은 선수들을 한국 농구에서 떠나게 만드는 제도”라고 아쉬워했다.

 김영기(79) KBL 총재는 “장신 외국인 선수 2명이 출전했을 때는 평균 득점이 70점대였지만 장·단신 외국인 선수가 함께 섰을 때는 90점대가 넘었다”며 규정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1m93cm이하의 외국인 선수가 영입되면 비슷한 체격의 국내 선수들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문경은(43) SK 감독은 “슈팅 능력이 좋은 단신 외국인 선수가 가세하면 국내 선수들이 파워포워드나 슈터로 뛰는 걸 기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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