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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칼럼] X세대의 반퇴준비 첫걸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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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선임기자

지난회 가상의 인물(1968년생)로 설명한 X세대의 반퇴준비 골든타임은 사실상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X세대 맏형인 68년생은 앞으로 정년 60세를 채워도 회사에 남아 있을 시간은 12년이 최장이다. X세대 막내인 74년생은 18년이어서 아직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화살처럼 빠르다. 74년생 역시 42세(만 41세)여서 어느새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길어진 노후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X세대 앞에는 앞서 1차 베이비부머 상당수가 피해 가고 있는 거대한 크레바스(빙하 지대의 틈새)가 놓여 있다. 우선 68년생은 국민연금 수급시기가 64세부터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아마도 이를 모르는 68년생 X세대가 여전히 있을 듯싶다. 69년생 이후부터는 수급시기가 65세부터다. 이런 상황에서 첫째 크레바스는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공백기가 된다.

X세대는 모두 정년 60세 의무화 제도의 수혜를 입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100만 공무원이나 25만 공기업 직원이라면 모르겠지만 민간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심각하다. 현재 민간기업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평균 정년 제도는 57세를 넘기고 있지만 실질 정년은 이보다 4년 이상 짧다. 경제가 흔들리고 특정 산업 또는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때마다 구조조정이 상시화하고 있는 탓이다. X세대는 정년 연장 효과에 따라 전반적으로 실질정년이 2~3년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더라도 저성장과 황의 여파를 감안하면 60세를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X세대의 은퇴 후 무소득 크레바스는 10년 안팎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정년을 채워도 누구나 5년은 무소득 상태가 된다. 60세에 퇴직해도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69년생부터는 5년을 추가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69년생이 회사 사정이 나빠져 희망 또는 명예라는 이름으로 55세에 조직퇴직을 하게 되면 크레바스는 최소 10년이 된다. 이때까지 자녀 교육을 마쳤다면 다행이지만 만혼화를 고려하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X세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반퇴시대의 본격적인 ‘주인공’은 1차 베이비부머가 아니라 2차 베이비부머인 X세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2년생까지는 국민연금이 60세부터 지급됐다. 1차 베이비부머(55~63년 출생자)가 절반(55,56년생) 포함돼 있는 53~56년생부터 국민연금 수급연량이 상향 조정됐다. 이들은 61세에 받는다. 이어 57~60년생은 62세부터, 61~64년생은 63세부터 지급이 개시된다.

이들 가운데 1차 베이비부머는 실질 퇴직 연령과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크레바스가 상대적으로 넓지 않다. 이들은 소위 '낀 세대'로 불리며 노후가 가장 어려운 세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반퇴시대가 시작되면서 세대가 뒤로 갈수록 노후 준비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빨리 이해할 필요가 있다.

X세대는 은퇴 크레바스도 길지만, 자산을 모을 수 있는 여건이 최악의 상태다. 무엇보다 저성장ㆍ저금리가 본격화하면서 자산을 증식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1%대 저금리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이들은 1차 베이비부머에 비해서는 모아놓은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집이라도 마련해두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직도 전월세를 산다면 앞길은 더욱 험난할 수 있다. 저금리 충격에 따라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돌리면서 주거비용이 한층 높아질 수 있어서다.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는 자명하다. 우선 반퇴시대의 진짜 주인공은 X세대임을 빨리 자각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개인 연금을 최대한 많이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연금은 시간의 마술을 부린다. 적은 금액이라도 조기에 가입해 오랫동안 부어놓으면 띠끌모아 태산이란 말처럼 20~30년 뒤에는 상당한 자산이 된다. 미래의 월급을 미리 떼어놓는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최근 주변에서 개인연금 또는 연금저축을 과거에 들어놓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미래 준비상태와 불안감이 크게 엇갈리는 사례를 많이 봤다. 알고보면 개인적으로 연금저축 이외에도 준비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연금 확충은 반퇴시대 준비의 첫걸음일 뿐이다.

김동호 경제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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