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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레저] 구름에 올라 동해안 한 바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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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하늘에서 바라 본 백두대간.

"좌석은 어느 쪽으로 드릴까요."

비행기 탑승권을 받을 때 간혹 받는 질문. 순간 고민스럽다. 그러나 대개 1, 2 초 내에 답을 하곤 했던 것 같다.

"창가 쪽이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바깥 풍경은 항상 매력적이니까.

편안함 때문에 복도 쪽을 선택하면 기내에서 후회하게 되는 순간이 꼭 있다. 창가 쪽 사람들이 창밖을 기웃거리는 이착륙 시간 때다. 바깥에 뭐가 보이길래.

경비행기를 타러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으로 가는 길. 원없이 비행기 밖 풍경을 구경할 수 있겠지. 양양공항은 동해안 7번 국도에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공항 주차창 입구의 주차권 발매기에는 '무료 주차'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공항은 적요하다. 하루 한편인 양양발 김해행 비행기는 두어 시간 전에 떠났다.

경비행기 업체 '클럽 뷰티플라이'(www.club-beautifly.com) 소속의 박종철(38) 비행교관이 대합실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클럽 뷰티플라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양양공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경비행기 체험 비행을 하고 있다.

경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공항 내부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공항 검색대 통과 절차도 거친다. 활주로 한 켠에 설치된 격납고에는 미국 마울사가 만든 MXT-7 경비행기(4인승)가 들어 있다. 시동을 아직 걸지 않은 비행기를 교관 2명이 격납고에서 끌어 내온다. 기체 무게가 740㎏이라 어른 두 명이 거뜬히 움직일 수 있다.

"직접 조종을 해보려면 앞에 타시죠. 사진을 찍으려면 뒤에 타시고요."

하늘 밖 풍경은 카메라 대신 마음에 담기로 한다. 조종사와 나란히 앉아 안전 벨트를 맨다. 박 교관이 스위치 키를 돌리자 비행기 앞 부분의 프로펠러가 힘차게 회전한다. 관제탑과의 짧은 교신 뒤에 기체는 속력을 더하며 활주로를 내닫는다. 400m 가량을 미끄러지듯 달리다가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아무 데서나 이착륙할 수 있는 초경량 비행장치(흔히 '초경량 비행기'라 부른다)와 달리 경비행기는 허가된 공항이나 비행장에서만 뜨고 내리게 돼 있다. 이를 위해 항공 주파수를 쓰는 라디오를 장착하고, 수시로 관제탑 또는 다른 항공기와 교신을 한다. 초경량 비행기와 경비행기의 차이점은 우선 무게에 있다. 기체 무게가 225㎏ 이하이면 초경량 비행기이고, 그보다 무거우면 경비행기다. 초경량 비행기는 대개 2인승이며, 경비행기는 4인승 이상이다.

"어디로 가실래요?" 조종사의 물음에 "어디에 갈 수 있는데요?" 라고 되물으니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예서 한 시간이면 김포 상공에 당도하고, 3시간30분을 비행하면 제주도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창공에서 바라보는 동해안 풍경은 예상대로 느긋하고 넉넉하다. 낙산해수욕장 등 동해의 뭇 해수욕장은 지도에서 보듯 멋없는 직선이 아니다. 해안선을 따라 흰 파도가 쉼없이 바다를 오르내리고, 지난 가을 연어떼가 거슬러 올랐던 남대천 물결은 비늘처럼 반짝거린다. 기체는 고도 3000피트(914m)를 유지하며 부드럽게 하늘을 가로지른다.

"자, 이제 직접 조종간을 잡아 보세요. 저 밑에 보이는 하얀 등대 위까지 직선으로 비행합니다."

호쾌한 성격의 파일럿은 몇 가지 지식을 알려준 뒤 조종간에서 손을 놓아 버린다.

조종간을 부여잡은 아귀에서 힘을 뺄 만한 여유가 생겼을 즈음 난기류를 만난 기체가 가볍게 흔들거린다. 그때 창공의 비행을 흠모하는 마음도 함께 꿈틀거렸다.

<양양> 글=성시윤 기자<copipi@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 여행정보

4인승 경비행기에는 조종사를 제외하고 3명이 탄다. 사나흘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일몰.일출 때도 비행 가능. 비바람이 거세거나 안개가 짙은 날에는 뜨지 못한다. 탑승료는 인원에 관계없이 비행 시간 기준으로 30분에 15만원. 예약은 국토문화여행단(www.ktmtour.co.kr) 033-671-1948.

비교적 최근에 생긴 양양의 명소. 낙산해수욕장 입구의 양양 곤충생태관(033-672-0916)이다. 곤충 표본을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양양군이 2003년에 만들었다. 입장료가 어른 1000원. 다만 전시품이 어린 아이 키보다 높은 곳에 진열돼 있다는 게 흠이다. 점심 시간(낮 12시~오후 1시)에 문을 닫는다는 점도 '옥의 티'다. 매주 화요일 휴관. 7번 국도상에 있으며, 2층짜리 건물의 2층이 생태관이고, 1층은 양양 관광 안내소(033-670-2398)로 운영된다. 관광 안내소는 주중 및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에 열려 있다.

양양 맛집으로는 7번 국도에서 오산해수욕장 방향으로 3.1㎞ 들어간 위치에 있는 '송전메밀국수'(033-672-3711)를 추천한다. 언뜻 보면 일반 가정집 같지만, 양양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식당이다. 4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 수육 1만5000원. 메밀국수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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