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서 새 전염병 발생할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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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새로운 '변종(變種)독감'이 개발도상국가에서 발생해 1억3천만명까지 감염되고 최대 65만명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의 데이먼드 헤이먼 전염병 담당국장은 21일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비슷한 신종 전염병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국은 지구촌 차원의 전염병 예방.경보 시스템을 하루 빨리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이먼 국장은 "각종 독감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면 현재 개발된 예방 백신으론 막기 힘들다"며 "감염자는 5천7백만~1억3천2백만명, 사망자는 28만~65만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홍콩과 중국처럼 닭.돼지를 가까이 하는 인구 밀집 지역과 노년층에서 신형 독감 감염의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19일부터 열리고 있는 WHO 총회에서는 사스와 함께 '변종독감'이 단연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WHO는 21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회관에서 제56차 총회를 열어 이종욱(李鍾郁.58) 사무총장 당선자를 인준했다. 李씨는 7월초 취임할 예정이다.

◆'변종독감'에 위기감=전문가들은 변종독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홍콩과 중국 광둥(廣東)성을 1순위로 꼽고 있다. 1950년대 수퍼독감에서 90년대 말 조류독감에 이어 올해 사스까지 이 지역이 변종 바이러스의 발원지였기 때문이다.

또 이 지역은 열대밀림의 야생동물이 지니고 있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올 지리적 조건을 골고루 갖고 있다.

홍콩에서 가까운 중국 광둥성은 모기에서 박쥐까지 온갖 동물을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이들 지역에선 오리나 돼지 등 독감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인 가축들을 집 마당에서 풀어 키우므로 사람과 이들 동물의 접촉이 일상화돼 있다.

여기에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으며▶항공과 항만 등 국제적 교류가 활발해 전염병이 바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사스대책 논의 집중=각국 대표의 기조 연설은 사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기조연설을 한 57개 국가의 거의 모든 대표들이 신종 전염병 퇴치를 위한 국가 간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국제 협약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대표인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염병에 관한 동일한 정보 감시 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담배규제 강화키로=WHO는 21일 담배의 효과적인 통제와 국제 협력을 담은 '담배 규제 기본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은 ▶향후 5년 안에 담배 관련 광고.판촉.후원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하고▶담배 자판기에 미성년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하며▶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기금을 조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네바=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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