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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남발…소재·진행상 문제많다.|욕설등이 나오는 경우에 대비한 장비의 보완도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26일 상오 MBC-TV가 생방송으로 보여준『아, 가슴이 아파요』는 한국방송사상 심장수술장면을 처음으로 중계했다는 데서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새세대심장재단설립과 발맞춰 85%의 높은 수술성공률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수술비로 인해 그대로 숨져가는 5만6천여명의 심장병환자들을 돕기 위한 기금마련에 범국민적관심과 호응을 얻기위해 기획된 이 특별생방송은 병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어린생명을 추적함으로써 이웃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인식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방송계의 붐을 이루고있는 생방송의 실태를 살펴본다.
VTR도입이후 뉴스·중계 프로그램을 제외한 TV프로그램에 생방송이 다시 등장한 것은 약 3년전, KBS제1TV의 쇼프로그램 『100분쇼』와 토크프로그램 『11시에 만납시다』 가 시초였다.
이후『스튜디오830』등 생방송 프로그램이 차츰 늘어나다가 83년춘계개편이후 대대적인 붐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본편성상의 생방송프로만도 『이웃끼리 청백전』『스튜디오830』 『전국일주』『생방송유머극장』『생방송 100분쇼』『당첨올림픽복권』 『8시20분』(이상 KBS제1TV)『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상쾌한 아침입니다』『KBS 9스포츠』『추적 60분』『사랑방중계』『가요톱텐』(이상KBS제2TV)『차인태의 아침살롱』 (MBC-TV)등 14개나 되며 여기에「특별생방송」이라는 제하의 대형특집프로그램까지 합치면 실로 엄청나다.
이들 생방송프로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라이브로 진행되는것과 진행만을 생방송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VTR로 복합구성한것등 두가지 형태를 띠고있다.
그러나 이런 생방송프로그램들이 문제가 많아 이에 대한 전면적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자와 방송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의 첫째는 소재의 적합여부가 검토되지 않은채 우후죽순적으로 남발되고 있다는것.
오댁섭교수(고려대·신방학)는『그많은 생방송 프로그램들이 과연 프로성격상 꼭 필요해서 생방송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 이라면서『시의성등 생방송의 필수요건을 충분히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즉, 뉴스적인 가치가 있을때나『이산가족을 찾습니다』처럼 실제방송도중 해프닝이 가능한 것이라야 생방송프로로 적당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지적되는것은 질의 문제. 이제까지의 생방송은 생동감을 준다는 면에서는 효과를거두었으나 겉핥기로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치밀성·공평성이 못미쳐 매체낭비라는 비판도 일고있다. 방송의 한관계자는 『생방송이 현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평성을 취하기 어려우며 VTR제작이 삽입되는 경우에도 제작시간이 짧아 이를 충분히 반영시키지 못하고있다』고 시인했다.
세째는 진행과정상의 실수. 공개적인 특정인 비난, 품위없는 어투증 역기능적 측면이 늘어가고 있으며 주진행자와 보조진행자사이의 정리되지 못한 진행술은 소음공해라는 비난까지 일고있다.
네째로 생방송에 필요한 장비가 채 갖춰지지 않은채 방영되고 있다는것. 흔히 토크프로그램의 경우, 예기치 않게 욕설이나 음란한 말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몇초후에 연결시키는 기계적 장치같은 보완장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교수는 『생방송은 라디오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후 TV로 옮겨가는것이 매체발전측면에서 볼때 자연스러운 순서』라고 설명하고『우리나라의 경우 라디오의 충분한 경험없이 TV에서부터 대대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시행착오가 크다』고 분석했다.

<홍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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