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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여성에게 희망 준 '현대의 비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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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앨리슨 래퍼 등 '올해의 여성상' 10개 부문 수상자들이 29일 시상식이 끝난 뒤 자리를 함께했다. 앞줄 왼쪽부터 앨리슨 래퍼와 영국 여가수 리사 스탠스필드. 뒷줄 왼쪽부터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 독일 방송인 자비네 크리스티안젠,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 캐나다 출신 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 미국 여배우 테리 해처, 아동보호 운동가 마가레테 게링. [라이프치히 AP=연합뉴스]

양 팔과 다리가 없는 영국의 여성 예술가 앨리슨 래퍼(40)가 신체 결함을 딛고 장애인과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공로로 29일 '2005 세계 여성 성취상'을 받았다.

이 상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오스트리아 베스트셀러 작가 게오르크 킨델이 공동 설립한 단체(월드 어워드)가 해마다 예술.엔터테인먼트.패션.사회 이슈 부문 등에서 성과를 거둔 여성들에게 주는 것이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래퍼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트로피를 받았다.

래퍼는 1965년 양 팔이 없고 다리만 조금 붙어있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사지가 없거나 일부분만 몸에 붙어있는 해표지증(Phocomelia)이라는 질병이었다.

생후 6주 만에 버려져 19세까지 보호시설에서 자랐다. 22세에 결혼했으나 남편의 폭력으로 9개월 만에 헤어졌다.

좌절과 방황 속에 살던 그는 어려서부터 관심이 있던 미술 공부를 시작해 헤덜리 미술학교와 브라이튼대를 졸업하고 예술가로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겸 사진 작가가 됐다.

그의 사진들은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자신의 나신을 모델 삼아 조각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스타일이다. 신체의 결함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그는 자신의 몸을 '밀로의 비너스'에 빗대 '현대의 비너스'라 부르기도 했다.

9월부터는 임신 9개월인 래퍼를 모델로 한 조각상 '임신한 앨리슨 래퍼'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전시중이다. 영국 조각가 마크 퀸이 만든 5m 높이의 이 작품은 시민들 사이에서 '혐오스럽다' 또는 '의미있다'는 엇갈린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혼모인 그는 장애아를 출산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아들 패리스를 낳았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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