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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 사고 사진과 직설적 문구 활용해 시민 안전의식 높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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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호 10면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자전거 헬멧 쓰기를 꺼린다. 평상복에 헬멧은 어울리지 않고 ‘헬멧 헤어(helmet hair)’ 때문에 스타일을 망친다고 한다. 헬멧 헤어는 헬멧을 써서 짓눌린 머리를 말한다. 덥고 가렵다는 불편함도 이유다. 헬멧의 보관도 어렵다는 등 안전을 외면하는 변명은 끝이 없다.

외국의 헬멧 쓰기 운동

 1799년 설립돼 국가 단위 보건기구로는 가장 오래된 보스턴 공중보건위원회(BPHC)는 이런 주장에 대해 직설적으로 “No Excuses: 변명하지 마라”를 선언했다. 2012년 시작한 자전거 헬멧 쓰기 캠페인을 통해서다. 이 메시지는 보스턴 지역의 자전거 도로에 표기되었다. 나쁜 습관은 스스로 변명할 이유를 찾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쁜 습관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수많은 변명거리를 만들어낸다

보스턴 공중보건위원회에서 제작한 광고. 헬멧을 쓰지 않은 남성(왼쪽)은 머리를 심하게 다쳤지만 헬멧을 쓴 여성은 얼굴에 찰과상만 입었다. [사진=보스턴 공중보건위원회]

 헬멧을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변명하지 마라. 헬멧을 써라’는 직설적 메시지를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원회는 헬멧의 효과(사고 때 머리 외상 85%, 뇌 손상 88%, 얼굴 부상 65% 감소) 등 논리적 설득도 병행했다. 더불어 감성적 자극을 위해 자전거 도로 주변의 공공시설에 옥외 광고를 게시했다. 유사한 자전거 사고를 당한 사람 중 헬멧을 쓴 여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을 대비시켰다. 광고에서는 자전거 사고로 피투성이가 된 남성의 얼굴을 보여주며 ‘헬멧을 착용하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헬멧을 쓰지 않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사진 왼쪽). 자신의 머리를 보호해 준 부서진 헬멧을 쓴 여성(오른쪽)에게는 ‘헬멧 헤어’에 연연하지 말라고 말한다.

 현장 소통에는 경찰도 협력했다. 무료 헬멧 배포와 자전거 도로 불법 주정차 위반 단속을 병행했다. 이처럼 안전 캠페인은 논리적 설득, 감성적 자극 그리고 관계기관의 현장 소통이 복합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특히 자전거 헬멧은 머리 보호 용구이면서 가장 훌륭한 안전 교육 보조재이며, 대중을 향한 안전 캠페인 소통 매체 중 하나다. 그래서 헬멧을 쓰고 다니는 국민 한 명 한 명이 우리나라 안전 홍보대사가 될 수 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중앙SUNDAY 콜라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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