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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생각을 가두는 소유효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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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호 29면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이 있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내 것보다 상대방 것이 더 좋아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막상 상대방으로부터 물건을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받으면 우리 뇌는 속담과는 조금 다르게 반응한다.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를 반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시중가격 6달러 짜리 머그컵을 주고 적정 판매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그룹에게는 머그컵을 주지는 않고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동일한 머그컵에 대한 판매자 책정가격이 구매자 제시가격보다 두 배나 높았다. 우리 뇌는 똑같은 물건이라도 소유 여부에 따라 금전적 가치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거래는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경제적 행위이기 때문에 실제로 본인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격과 표면적으로 흥정하는 가격이 다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우리 뇌에 작동하는 소유효과를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를 판매자 그룹과 구매자 그룹, 선택자 그룹의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판매자 그룹은 머그컵을 소유한 그룹으로, 본인이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다. 구매자 그룹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에 머그컵을 구매할 수 있다. 선택자 그룹은 머그컵과 돈(시중가격)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 선택자 그룹은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굳이 판매자 입장에서 가격을 높이거나, 구매자 입장에서 가격을 낮게 책정할 필요가 없다. 가장 객관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험 결과 동일한 머그컵에 대해 세 그룹이 각각 적정하다고 제시한 가격은 다음과 같다.

A. 판매자 그룹: $7.12
B. 구매자 그룹: $2.87
C. 선택자 그룹: $3.12

소유효과로 인해 판매자 그룹 가격이 구매자 그룹보다 높은 것은 앞의 실험에서도 확인되었다. 하지만 가장 객관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선택자 그룹에 비해서도 판매자 그룹의 제시가격이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단순히 거래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욕구를 넘어 우리 본능에 이미 소유한 물건은 다시 내놓기를 꺼려하는 감정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뇌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을 내놓을 때 불안과 고통을 일으키는 두뇌 영역이 활성화한다고 한다. 즉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소유한 물건을 포기하는 걸 불안과 고통을 주는 위험으로 인식하며, 이러한 심적 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물건에 더 높은 가치(가격)를 부여한다. 또 우리 뇌는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매각하는 걸 손실로 여기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각상황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려 한다.

한 연구에서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섞은 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연구자는 설문지 작성의 대가로 한 그룹에게는 ‘값비싼 필기구’를 선물로 제공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스위스 초콜릿바’를 제공하였다. 이후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본인이 원하는 물건으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실제로 물건을 교환한 학생들의 비율은 10%에 불과하였다. 잠깐 지니고 있었던 데다 현장에서 즉시 교환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이성은 거래를 통해 더 높은 이익을 추구하려 한다. 반면 본능은 수중에 들어온 것은 일단 지키려 한다. 손에 쥐고 있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우리 뇌는 필요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에 집착하기 쉽다. 집착이 강해지면 생각이 갇히고 객관적 판단능력은 급속히 상실된다. 손에서 놓아야 바로 볼 수 있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이사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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