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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력 있는 대기업, 임금 인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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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제장관·경제 5단체장 간담회가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업들이 적정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 소비 회복에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왼쪽부터 김인호 무역협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최 부총리, 허창수 전경련 회장. [오종택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알바’하는 대학생은 저소득 근로자들이다. 양극화가 심하다. ‘최저임금’ 계산하는 공식 내에서 적절하게 인상해 보자는 것이다.”

 ▶A재계 단체장=“최 부총리의 임금 인상 발언을 민주노총 등에서 악용할까 봐 걱정이다. 임금 인상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편의점 임금이 올라가면 가뜩이나 어려운데 업주들이 알바도 안 쓴다. 차라리 아들이 나와 일한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 창출이 더 어렵지 않겠나.”

 ▶최 부총리=“그런 면이 있다. 잘 알겠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의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본지가 이날 입수한 비공개 간담회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임금 인상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 간 치열한 ‘수(手)싸움’이 펼쳐졌다. 이날 최 부총리와 경제 5단체장은 ‘경제활성화 대책’ 논의차 회동했지만 역시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으로 모아졌다.

 최 부총리는 예상대로 ‘임금 인상’을 강력히 주문했다. 하지만 꼼꼼한 논리와 현장 사례로 무장한 재계의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폐쇄회로TV(CCTV)에 나타난 회의실 모습에선 1시간30분 내내 쉼 없는 토론이 이어졌다.

 최 부총리 옆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을 필두로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총출동했다. 탁자 건너편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마주했다.

 최 부총리는 모두 공개발언에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정부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기업들이 적정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 소비 회복에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박용만 회장은 “정부의 정책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최저임금 문제는 경제·소득구조를 고려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후 진행된 비공개 토론에서도 임금과 일자리 논의 등에 50분가량을 할애했다. 한 참석자는 “임금 인상과 함께 임금피크제·임금구조, 청년고용 문제 등이 화두였다”고 했다. 이 참석자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하고, 대기업은 임금 인상 여력이 되는 만큼 올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결과 브리핑을 통해 “임금 인상은 민간 자율로 결정한다는 원칙을 정했다”고 밝혔다. 개별 기업의 임금은 노사 간 협상으로 결정되는 것이니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간담회의 한 참석자는 “여력이 되면 대기업이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선 단체장들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며 추가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글=김준술·박유미 기자 jsoo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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