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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원 수정궁이 헐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창경원 수정궁이 헐리고 있다.
지난해말 문을 닫은 창경원을 고궁인 창경궁으로 복원키위해 동물원과 식물원이 함께 철거되는것이다.
춘당지옆에 자리잡은 수정궁은 유원지 창경원의 상징적인 건축물.
수정궁의 철거는 창경원내에서 옛궁궐이 아닌 건물은 모두 없앤다는 문화재관리국의 방침에 따른것.
수정궁은 3월초까지 완전히 헐리고 그자리에 조선조전통양식의 정원이 새로 꾸며진다.
수정궁은 비록 민간인에 의해 연회장으로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그터가 조선조임금들이 농사를 짓던 권농장이었다는데서 역사의 영고성쇠와 무관치않다.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1909년에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던 일제는 선비들이 과거를 보던 춘당대를 파서 춘당지를 만들고 그옆 권농장에 단층휴게실을 만들어 놓았었다.
이 휴게실이 헐리고 지하1층, 지상3층의 수정궁이 세워진것은 18년전인 1966년10월.
당시 서울에서 북악관광을 경영하고있던 재일교포사업가 윤영춘씨(60·일본대판시)가 종합관광센터 건립을 구상하고 당국과 협의, 3천만원을 들여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었다.
건물은 국가에 무상기부하되 10년간의 임대영업권을 윤씨에게 준다는조건.
윤씨는 고궁의 정취속에서 내외국인들이 조용한 회합을 하는 장소로 만든다는 생각에서 1층은 한식 및 토산품점, 2층은 양식, 3층은 궁중요리를 하도록 만들었다.
8각정 연회장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세워진 것이었고 현대식호텔이 생기기전이어서 비슷한 분위기의 장소는 장충동의 영빈관뿐이었기 때문에 처음 몇년간 수정궁의 인기는 높았다. 춘당지의 뱃놀이가 운치를 더해 정객들의 회합장소로도 이용됐고 환갑잔치나 결혼식피로연장소로도 사용됐다.
73년5월에는 남북적십자회담을 위해 서울에 왔던 북적단장 김태희와 자문위원 윤기복일행을 위한 칵테일파티도 이곳에서 열렸다. <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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