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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라크 왜 싸우나|전쟁 배경 문답풀이|이라크서 실지 회복 명분 80년 개전|후세인-호메이니 개인감정도 겹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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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란-이라크는 애당초 왜 싸우게 됐으며 이처럼 소모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80년 9월말 이라크가 개전 할당시 내세운 명분은 이라크의 생명줄인 샤트 알 아랍수로의 영토회복이었다. 이 수로는 지리적으로 볼때 이라크가 페르시아만을 통해 인도양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길이다.
이 수로는 이란과 이라크가 절반씩 쪼개갖고 있었으나 75년당시 「팔레비」 이란왕의 압력으로 이란측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그후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호메이니」 옹이 이끄는 혁명정부가 들어선 뒤 이란의 군사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한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무력에 의한 △수로의 영토권회복 △페르시아만 지역 패권차지 △이란의 회교혁명수출 예방 등의 목적아래 전쟁을 일으켰다.
이전쟁이 장기화한 이유는 서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있는 군사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호메이니」 옹과 「후세인」 대통령간의 개인적인 감정까지 겹쳐 일체의 타협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란측은 끝까지 「후세인」대통령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전쟁을 회교혁명과업의 연장으로 이끌어왔기 때문에 뚜렷한 승리의 전리품이 없이는 전쟁을 끝내지 못 할 입장이다.
-양측은 그동안 막대한 전쟁비용을 어떻게 조달해왔는가?
▲이란과 이라크양측이 지금까지 전쟁에 쏟아 넣은 돈은 1천5백억달러 이상이다.
이란은 비록 전쟁전보다 줄어들었지만 하루 2백만배럴 정도의 석유를 수출해서 들어오는 돈과 일부 강경 회교국가와 공산권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전쟁물자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이 하루3백만∼4백만 배럴에서 현재80만∼90만 배럴로 줄어들어 경제적 타격이 크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 협력회의(GCC) 기구의 온건아랍국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전쟁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들 국가들로부터의 지원금은 저금까지 모두 2백억∼3백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군사능력은?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이란의 병력은 정규군20만명 (육군 15만· 해군 2만·공군3만명)에 혁명수비대 15만명, 그리고 회교민병대 1백70만명 등 모두2백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라크는 정규군 52만명(육군 48만·해군 4천·공군 4만명)으로 정규군의 수준에서는 이란을 능가하지만 총전투병력은 4대1로 열세다.
전투기수는 이라크가 3백30대, 이란이 3백16대로 비슷하지만 이란의 전투기는 전쟁수행에 동원될 수 있는 것이 70대에 불과해 이라크가 절대 우세다. 탱크수도 이란이 7백40대, 이라크가 2천4백60대로 이라크가 우세하다.
-양측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가?
▲미소양국은 공개적으로 싸움에 끼어 들고 있지는 않지만 중동정세의 흐름을 관망하면서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또 이란은 시리아·리비아 등 강경 회교국가들이, 이라크는 GCC 6개 온건아랍국들이 공공연히 지원하고있다.
GCC 회원국들은 이란혁명수출을 두려워해 이라크편을 들고 있고 북예멘·북한 등 일부 공산국들이 이란지원에 가담하고있다.
-이 전쟁과 레바논 사태와의 연결은?
▲82년7월 이란의 「호메이니」옹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 것을 묵과할수 없다며 이스라엘을 치기 위한 길을 튼다는 명목으로 라마단작전을 벌여 그때까지 수세이던 전세를 뒤엎고 이라크영내로 침공한 일이 있다. 현재도 이란은 『예루살렘의 해방』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이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호메이니」는 레바논사태도 회교 혁명수출의 호기로 생각, 실제 레바논내에 이란민병대를 파견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이 무너질 듯 하면서도 계속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후세인」 대통령은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국내정치개혁을 계속해왔다. 바트 사회주의 정당을 이끌고있는 「후세인」 대통령은 개전후에도 군부의 절대적인 충성을 계속 다져나갔고 부정·부패 등 사회부조리를 척결해 국민의 지지를 획득해왔다.
특히 그는 온건아랍국들에 자신이 아니면 이란의 회교혁명수출을 막아낼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비동맹권의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과연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적다. 하루 8백만∼9백만 배럴의 중동산 석유가 서방으로 흘러가는 길목인 이곳이 봉쇄되면 세계경제가 큰타격을 당장 보게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그대로 둘 리가 없다. 미국은 아라비아해에 주둔시켜 놓고있는 함대를 출동시켜서라도 자유항해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이란자신도 석유수출에 큰타격을 받는다.
-이 전쟁과 우리 나라와의 관계는?
▲현재 이란·이라크에는 우리나라건설업체 근로자들이 1만6천명이 파견돼있다. 이라크와의 계약고가 약40억달러로 이중 절반인 20억달러분이 공사중에 있고 이란쪽은 2억5천만달러 어치가 계속되고 있다. 또 호르무즈가 봉쇄되면 전체의 65%인 하루 32만배럴의 중동산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 나라로서도 큰타격이 올 것은 분명하다. <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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