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풀리느냐"|정가가 술렁인다|득표에 「해금영웅」 나올까 신경 써|구공화 일부중진 조심스런 접촉|민정|중폭이나 질선 ."상당한 수준" 점쳐|구야 영입하면 민한은 당세 커져|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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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차 해금이 임박했다. 누가 풀리고 누가 빠질지는 아직 뚜껑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12대 총선거로 가는 길목은 2차 해금이 되면 더욱 부산해질 전망이다.
풀릴 사람의 면면에 따라 기존정당의 진용이 크게 바뀔수도 있고 신당출현여부도 점칠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정가는 해금에 관한 나름대로의 분석과 대비에 술렁이는 분위기다.
○…민정당은 2차 해금의 시기선택과 해금폭 조정에 초기단계부터 적지 않은 영향력을 막후에서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금에 대한 민정당의 기본인식은 해금이 기존정당질서에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되며 피규제자들이 총선거에서 득표에 유리하게끔 「해금영웅」으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것.
이런 인식위에 민정당은 지난 연말부터 민한·국민당의 1차 해금자들에 대한 영입교섭을 지켜보는 한편 연초부터는 당직자 및 소속의원들이 직접 재야인사들과의 접촉에 나서 피규제자들의 해금후 거취에 관해 타진했다.
민정당 간부들이 직·간접으로 접촉한 사람은 황낙주씨 등 1차해금에서 풀린 구신민당의원 7명과 묶여있는 사람들 중 구신민당 부총재였던 C씨, L씨, 최고위원이었던 K씨, S씨등 구야당 양대주역들의 직계가 아닌 재야중진과 호남의 S씨 등 구공화당 중진들.
접촉결과 민정당은 대부분이 계속 정치를 하고싶어하며 민한·국민당에 들어가려도 공천 보장 없이 섣불리 들어 갔다가는 공천도 못받고 망신을 당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에 따라 민정당은 기존정당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묶여있는 사람보다 수적으로 많아야 기존정당중심으로 정계의「교통정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게됐으며 그런 판단이 2차해금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차해금자의 대상선정에는 권익현 사무총장과 이종찬 총무가 깊숙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총장은 2월들어 두차례 모처를 다녀왔고 관계당국과 여러번 실무접촉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일련의 접촉에서 2백명을 살짝 넘는 해금대상자 명단안이 이달 중반에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는 얘기인데 이숫자는 지난16일 재야서명 등으로 약간 줄었다는 설이 있다.
○…야당측에서 해금시기를 2월말쯤으로 어렴풋이 짐작하게된 것은 지난1일 출국한 유치송 민한당 총재의 귀국일이 26일에서 23일로 앞당겨진 후부터.
그러나 해금의 구체적 시기는 재야쪽에서 먼저 감을 잡은것같다. 이번 주초부터 비공식 채널을 갖고있는 이들의 입에서 해금 20일 단행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 20일 설을 근거로 『해금이 있은 후에는 작업이 어려워진다』고 판단, 재야측의 서명작업도 앞당겨져 부랴부랴 16일 성명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는 2차 해금시기를 2월말쯤으로 잡은 것은 정부-여당이 임시국회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란 추측도 있으나 그보다는 △개학전이라는 시기 △정부-여당의 총선거전략과 관련지어 분석하는 추측들이 더 많다.
○…2차해금을 앞둔 야당의 최대 관심사는 누구누구가 풀릴 것이냐는 대상자 문제다.
야당소식통은 당초 △작년9월로 계획됐었던 대폭 해금 △1백∼1백50명의 소폭안 및 △2백∼2백30명의 중폭해금 등 3가지 안이 검토된 것 같다고 관측. 대폭안은 과거 정치주역과 그 심복 몇명만 남기고 다풀더라도 기존정치질서에 큰 영향은 없다는 낙관론을 배경으로 했던 것. 소폭안은 제적학생전면복교가 결국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쳤던 점을 들어 해금자의 동향을 보며 단계적으로 해가자는 신중론을 근거로 하고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소폭으로 할 경우 △실질적으로 해금효과가 적고 △대상자선정의 기준설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피규제자를 1백명 미만으로 남기는 2백명 남짓의 중폭으로 일단 낙착된것 같다고 보고있다.
이렇게 보면 △재야서명자 30여명 △비리케이스 2O여명과 기타 재야 「정치활동」을 한 인물 △정치행태가 나빴다고 판단된 인물들이 빠질것으로 예상되는데 문제는 과거 신민당 최고위원급, 부총재급과 구공화당증진 중에서 어떤 인물이 정치권으로 진입하느냐는 것.
일부에서는 구신민당 부총재를 지낸 C씨, L씨 등과 구공화당 중진 P씨, K씨 등도 풀릴것으로 내다본다. 그래서 『이번 해금이 비록 규모는 중폭이지만 그 질에서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점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의 논거는 △지금까지 1차 해금자들이 진로결정을 보류하고 있는데다 △2차해금 역시 별내용이 없으면 해금자도. 야당측도 선뜻 입당이나 영입이 어렵고 △따라서 정계가 계속 암중모소만 거듭하면 정국불안정만 가중된다는 점등이다.
2차해금으로 신당출현이 가능할까에 대해서도 야당의 관심은 크다. 가령 C씨, L씨 등은 지금까지 민한당 입당의사를 밝힌 일은 없었지만 민한당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C씨는 『과거 신민당이 유신을 비판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당활동을 재개했던 것과 지금의 민한당이 다를바 없으며 점차 체질개선을 해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의외의 인사를 풀지 않는한 강력한 야권신당의 태동가능성은 적으며 비록 공전·당직보장 등에서 당내의 반발과 당외의 이탈 등 잡음은 있더라도 대세는 야권단합으로 흐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구야권 인사들이 야당에 들어가면 민한당은 대폭 강화된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민정당도 보강해야하고 국민당에도 수혈이 필요하다. 이미 일부 야당세의 분산과 당세 확장을 위해 민정당에서는 호남의 S씨, L씨, C씨, 서울의 S씨, K씨등 구공화·신민당인사 수명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소문이 나고있다.
국민당보강을 위해서는 재미의 구공화당 중진 P씨, K씨 등의 얘기도 있다.
만약 이번 해금이 이런 인사들을 포함하지 않는 내용이면 이들을 포함하는 해금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 만약 이들이 이번 해금에 포함돼 원활하게 수용되면 선거직전에 「거의 전면적인」 해금이 있을지도 모른다. 즉 12대 국회에는 정치규제와 같은 찌꺼기 없이 출발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인 것 같고 따라서 나머지를 선거에 의해 거르게 한다는 분석이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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