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테이프' 국회 논란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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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수사는 검찰이, 공개는 특별법으로 한다'는 입장이었고, 한나라당은 '수사와 공개 모두 특검법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어떤 형태로든 테이프를 공개해야겠다는 여권의 밀어붙이기가 거세다.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집행위 회의에서 "여야가 제출한 특검법과 특별법안 내용을 중심으로 '불법 도청 테이프 처리 및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안'(가칭)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식 원내공보부대표는 "특검을 특별법상의 '진실위'(가칭)에 당연직 위원으로 해서 공개 여부를 같이 심의 결정하고, 공개된 내용에서 위법사항이라든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수사 주체로서 수사를 진행토록 하는 내용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특별법 절대 불가"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특별법은 불법 도청 테이프 공개 여부를 민간기구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못박았다.

나경원 공보담당부대표는 "여당이 제의한 '특검법+특별법'은 진실규명위원회 같은,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기구가 모든 불법 도청 테이프를 검증해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위법일 뿐 아니라 전문성도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자 표결 처리가 주목된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경우 애초부터 '수사는 특검법, 공개는 특별법'으로 하자는 입장이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헌법 위반 운운하지만 사실은 문민정부 시절의 도청 내용 등이 불거질까봐 억지를 쓴다"며 "민노당 등과 합의하면 표결 처리도 못할 것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측은 "특검법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던 여당이 지난 정부의 도청이 낱낱이 불거지니까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표결로 여당안이 통과되면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진행하고 있는 도청 테이프 수사에 이어 특검이 수사에 착수하며, 사안에 따라 테이프의 내용도 공개된다.

◆ "상설특검 수용 긍정적"=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고위공직자 수사 관련 상설특검법 수용을 시사한 발언과 관련, "법사위에서 충분히 논의해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나경원 공보담당부대표는 "정부.여당이 제출한 공직부패수사처 법안에는 대통령 측근의 비리 부분이 수사 대상에 사실상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이런 의미의 상설특검법을 논의하자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조건을 달았다.

강주안.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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