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서울대논술] 어떻게 대비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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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트가 증기기관차를 발명할 때 난로에서 끓고 있는 주전자를 보고 증기의 원리를 생각했다. 이런 게 교과 학습에서도 이뤄져야 한다."(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연구소장)

서울대의 2008학년도 논술 예시 문항이 28일 공개된 뒤 현장 교사나 입시 전문가가 내놓은 대비법은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교과서, 개념과 원리, 독서, 글쓰기 훈련 등의 핵심 주문 사항은 같았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있었다. 학교 현장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발표로 사교육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 "획일적 답과 단순 암기론 안 돼"=서울 잠실고 이원희 교사는 "서울대 예시문항 중 존 로크가 인용된 데서 볼 수 있듯 교과서를 중심으로 발전적 독서를 해야 한다"며 "또 수업 중 나오는 자료 조사나 읽기, 토론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에선 획일적 답을 써버릇해 큰일"이라며 "1학년 때부터 스스로 고심하고 창의적인 답을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웨이중앙교육 강신창 논술팀장도 비슷한 처방을 내놨다. 그는 "고교 교과서의 지문과 주제를 많이 활용하고 있으므로 교과서상 개념과 원리를 확실히 익혀야 한다"며 "단순 암기를 해선 안 되고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이슈의 정리, 수리 공식 유도 과정에 대한 이해, 과학 현상의 다각도 분석 등도 필요하다"며 "자연현상을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별개의 과로 나누어 구분짓지 말고 가능한 한 통합적으로 사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와 관련, 단대부고 이유선 진학지도부장은 "숫자가 많긴 하지만 서울대의 필독도서를 읽는 게 방법"이라고 말했다.

◆ 엇갈린 시장 전망=학교 현장에서는 지금의 교육방식으론 서울대 논술에 대비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부산 성일여고 김덕곤 교사는 "현행 이론이나 내용 중심 수업으론 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원희 교사는 "서술형 평가가 정기고사의 50%가 되고, 7차 교육과정대로 심화학습 등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공교육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교육 시장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정일학원 신영 평가이사는 "학교에선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교육 시장이 달아오를 것이란 얘기다. 반면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학원에서 가르칠 수 있는데 학교에선 못 가르칠 것이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지금은 우리도 가르치기 어렵다. 얼마나 대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반박했다.

박홍준 유레카 대표강사는 "현재 학교 방식에선 서울대 예시 문항뿐 아니라 지금 논술도 대비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서울대 논술이 학교 교육의 변화, 즉 토론식 수업이나 자기주도식 수업을 촉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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