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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의 힘' 반짝 아이디어, 회사도 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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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물류시스템을 연구하는 SCM 동호회 연구원들이 실제 회사의 물류시스템을 놓고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LG화학 기술연구원에는 SCM동호회라는 '어려운' 이름의 모임이 있다. SCM(Supply Chain Management)은 공급망 관리를 뜻한다. 원료 조달에서부터 제조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데까지 모든 과정의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연구하는 게 SCM의 목적이다.

10여 명의 석.박사 연구원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정식 회사 조직이 아니다. 비공식 연구동호회라는 의미에서 연구원 안에서는 'RI(Research Informal)'로 불린다. SCM 동호회장을 맡고 있는 LG화학 기술연구원 CRD연구소의 이호경(39) 차장은 "바쁜 현업 때문에 저녁 늦게나 주말에 모여 활동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 모두 신나게 참가하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정식과제로 채택되고 성과를 냈을 때의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만들어진 SCM동호회는 이제까지 최적배차시스템 등 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인 것도 두세 건이 더 있다. 미국 화공학회와 한국SCM학회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동호회 활동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SCM동호회는 최신 수학모델을 굴려서 여수와 청주 공장의 최적화 물류시스템을 고안해냈다. 연간 17억원 이상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방안은 여러 제품을 한 트럭에 실어서 배송하는 '혼적(混積)'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적재량을 다 채우지 않고 배송되는 트럭을 줄여 비용을 줄이는 식이다.

이 차장은 "12월부터 여수공장에 우리가 고안한 배송시스템이 실제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학회 참석비용 등 동호회 운영에 들어가는 실비를 지원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동호회 활동 결과 나오는 아이디어를 새 프로젝트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RI는 지난 2000년 발족한 나노 스터디 동호회를 필두로 연구원 안에 현재 30개에 달한다. 680여 명의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나노테크놀러지 등 첨단 분야 뿐 아니라 미래주택 연구, 창의성 증진을 위한 사고(Creative Thinking) 동호회, 공학교실 교사들의 모임 등 종류도 다양하다. LG화학 송충섭 대리는 "RI는 연구원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어 '즐거운 놀이터'로도 불린다"고 말했다.

얼마 전 LG화학이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LCD용 컬러필터 신공정도 동호회 작품이다. 실험실 비이커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거대한 공장 규모의 화학 장치로 확대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SUM(Scale-Up & Mixing)동호회는 세계 화학공학 3대 학술지로 꼽히는 '케미컬 엔지니어링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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