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상금 6160만 달러 놓고 노장·신인 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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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라이벌 김효주(왼쪽)와 백규정.

201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33개의 대회에 총상금도 5755만 달러(약 637억원)에서 405만 달러(약 45억원)가 불어나 역대 최대 규모의 상금(6160만달러)이 됐다. 여기에 박인비, 리디아 고, 스테이시 루이스, 미셸 위 등 슈퍼 스타가 건재하다. 올해 방송 중계 시간도 역대 최고고 신인들도 역대 최고라는 평가다.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김세영, 김효주, 장하나, 이민지 등 ‘수퍼 루키’가 가세했다. 한국이 2015년 LPGA 투어의 주역이다. 한국 출신 선수들은 개막 5연승을 이끌었다.

2015 LPGA 투어가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11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LPGA 투어는 2008년 말 세계 금융 위기로 대회 규모가 줄며 침체기에 접어 들었다. 그러나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더니 올해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는 마케팅 전문가인 LPGA 마이크 완 커미셔너의 사업 수완이 한 몫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흥행 보증 수표’ 미셸 위와 렉시 톰슨(이상 미국)의 선전도 미국 본토 팬들의 관심을 끌어들여 호재로 작용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LPGA 투어 시청률은 2013년 대비 약 14% 가량 상승했다고 한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지난 몇 년간 노력한 끝에 목표로 정했던 대회수를 채우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두 개 메이저 대회 새로운 출발

여러가지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두 개의 메이저 대회가 새로운 대회명을 내걸고 더 규모를 키워 올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해까지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던 시즌 첫 메이저 대회는 올해부터 전일본공수(ANA)가 새 타이틀 스폰서 맡게 돼 ANA인스퍼레이션으로 대회명이 바뀌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으로 변경됐다. 상금도 125만 달러(약 14억원) 증가한 350만 달러(약 39억)가 됐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 US여자오픈의 총상금은 75만 달러(약 8억3000만원) 늘어난 400만 달러(약 44억원)다.

  올 시즌 LPGA 투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상금에다 각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가세로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 카리 웹(호주)이 주도했던 ‘르네상스 시대’ 못지않게 흥미로운 판세가 전망된다. 기존 빅 3인 박인비(27·KB금융그룹), 리디아 고(뉴질랜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건재한 가운데 자국 투어와 아마추어 무대를 호령했던 수퍼루키들이 가세해 흥미를 더하고 있다.

한국계 선수 개막전부터 5연승

뚜껑을 열어보니 그야말로 ‘대박’이다. 한국은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5개 대회 중 4개 대회를 제패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까지 더하면 한국(계)은 개막전 5경기를 싹쓸이 했다.

첫 축포는 최나연(28·SK텔레콤)이 쏘아 올렸다. 최나연은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리디아 고와 장하나의 끈질긴 추격을 물리치고 50경기 만에 통산 8승째를 신고했다. 두 번째 우승의 주인공은 ‘역전의 여왕’ 김세영(22·미래에셋)이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수퍼루키’ 김세영은 LPGA 투어 데뷔 2경기 만에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어 올 시즌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리디아 고가 한국(계) 3연속 우승의 흐름을 이어갔다. 리디아 고는 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에서 양희영(26)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자매들의 달아오른 샷감은 아시아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양희영은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챙겼다. 일주일 뒤,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가 한국 자매의 5연속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인비는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세라퐁코스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리디아 고와 루이스를 제치고 ‘별중의 별’이 됐다.

  이런 기세라면 지난해 한국(계) 16승 기록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또 최근 LPGA 투어 24개 대회에서 19번의 우승을 거머쥐며 79%의 경이로운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교포를 제외하면 15승이다. 최근 9개 대회 연속 한국(계) 우승 퍼레이드이기도 하다.

국내 골프 관계자는 “지금 흐름으로 봤을 때 충분히 20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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