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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의무화 법제화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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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희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상임대표

어린이집 폐쇄회로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염원한 영유아 부모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근절을 바라는 국민 요구에 찬물을 끼얹은 처사이다.

이 법안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를 시켰다. 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일부 조항을 삭제한 후 여야 합의로 통과 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재석의원 171명 중 찬성이 84명에 그쳐 부결되고 말았다.
이 법안의 국회통과에 반대한 의원들이 내세운 명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CCTV 설치 의무화가 보육교사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동학대 근절의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보육교사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반대한다면 수많은 직장과 일터, 공공장소 등에 설치된 CCTV도 당장 철거하는 게 마땅하다. 그럼에도 CCTV를 설치한 것은 공익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도 아무나 열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동 학대 의심이 들 때 해당 학부모나 수사기관, 또는 소관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만 열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어린이집은 보육교사들의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적인 공간이다. 어린이집을 보육교사들이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공간으로 규정하면, 어린이집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보육교사들을 위한 공간에 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것은 보육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우리 국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 CCTV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 편의점, 마트, 심지어는 낙후된 지역의 도로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수많은 장소에 CCTV를 설치한 것은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기 때문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한다고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는 없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물론 CCTV 설치만으로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는 없다. 보육교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엄격한 질 관리, 보육교사 자질 향상을 위한 연수 강화, 보육 현장에 대한 여건 개선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즉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육 서비스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안을 모두 실행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엄청난 재정 투자도 이루어져야 한다.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것부터 시행하는 게 마땅하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다. 요즘은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해도 처벌받는 세상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에 대한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든 정책적 수단이 조속히 강구되어야 한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영유아 자녀를 둔 수많은 부모들과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여야가 서둘러 4월 국회 처리를 공언하며 ‘입법 약속’을 하고 나섰다. 여야 정치권이 ‘어린이집 원장·교사들의 조직력에 휘둘려 입법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영유아를 비롯해 어린이와 청소년은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이다. 아동학대를 근절하자는 데 온갖 핑계로 반대해서는 곤란하다. 입법로비 얘기가 나오는 것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국회가 조속한 기일에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김순희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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