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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의 High-End Europe]</br>알람브라와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스페인내 이슬람 문화의 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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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또 방문하고 싶어하는 나라이다. 국내에서도 '꽃보다 할배' 방송후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스페인은 피카소와 달리의 미술관에서 플라멩코 공연, 흥미로운 타파스와 와인, 고성(古城)과 대성당까지, 가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은 매력적인 나라이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한 곳만 택해야 한다면 누구나 주저 없이 남부 안달루시아의 알람브라(Alhambra)를 꼽을 것이다.


 알람브라는 14세기 후반, 이 지역을 지배하던 북아프리카 이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궁전이다. 장대하고 장엄한 외관에 섬세하게 조각된 대리석과 석회벽의 아름다움으로 마치 마법으로 지어진 듯하다고 한다. 8세기부터, 1492년 스페인의 국토회복운동인 레콩키스타(Reconquista)가 끝날 때까지, 781년 동안 남부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했던 이슬람 세력이 스페인을 떠나면서 남겨놓은 최고의 문화 유산이다.

알람브라는 나스르 궁전(Palacios Nazaries), 카를로스 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 알카사바(Alcazaba), 헤네랄리페(Generalife), 이렇게 각각 다른 시대에 다른 용도로 지어진 4개의 구역으로 나눠져있다. 이 중 최고는 역시 나스르 궁전. 14세기 나스르 왕조 최고의 절정기 때 지어졌다. 왕의 공간이었던 궁전으로, 벽면이나 천장은 물론 바닥까지 빼곡하게 장식된 아라비아 문양의 그림 타일과 석회 세공, 대리석 기둥의 아름다움이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궁전을 둘러싸고 있는 전통 이슬람 정원, 헤네랄리페도 있다. 기하학적인 수로와 12개의 분수 등 물을 정교하게 계산해서 만든 정원은 뜨거운 안달루시아의 여름을 식혀준다.

알카사바는 알람브라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9세기 로마 시대의 성채 자리에 무어인들이 쌓은 군사 요새이다. 현재는 성벽과 건물 기초 일부만 남아 있어 아쉽다.

가장 늦게 지어진 카를로스 5세 궁전은 스페인의 국왕 카를로스가 신혼 여행으로 이곳에 들렀을 때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이슬람 양식이 아닌 16세기 유럽의 르네상스 풍으로 지어졌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알람브라를 둘러보면 스페인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색과 경탄으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하지만 찬사를 보낼 곳이 아직 남아있으니, 바로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Parador de Granada)이다. 파라도르는 오래된 궁전, 저택, 수도원을 개조하여 국가에서 운영하는 호텔 체인이다. 스페인 여행이 주는 많은 즐거움 중 하나가 된지 오래이다. 전국에 걸쳐 약 80여개에 이르는 파라도르 중 최고로 꼽히는 곳이 알람브라 경내에 있다.


이슬람 궁전, 그 후엔 카톨릭 수도원이었던 곳으로 알람브라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음은 물론 알바이신(Albayzin), 사크라몬테(Sacramonte) 언덕, 헤네랄리페 정원 등 빼어난 주변 경치도 압권이다. 오래된 파티오(Patio)와 예배당은 숙박객에게만 개방한다.

레스토랑도 훌륭하다. 늦은 밤, 안달루시아 전통 음식과 스페인 최고 와인이라는 '우니코(Unico)'를 함께 즐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관광객들이 모두 떠나 고즈넉한 알람브라를 산책한다. 평생 동안 기억될 '아라비안 나이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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