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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인들 현장 너무 안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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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친절 서비스로 유명한 일본 MK택시의 유봉식(77.사진) 회장이 한국경영자들에게 쓴 소리를 했다. 유 회장은 "한국 기업인들이 현장을 멀리하고 편한 것만 찾기 때문에 일본과 경제력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장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MK택시에 친절교육을 받으러 온 한국 경영자들의 자세를 보고 감짝 놀랐다고 한다. 고려대에서 서비스 정신을 강의하기 위해 한국에 온 그를 24일 고려대 일문학연구소에서 만났다.

교토(京都)에 있는 MK택시 본사에는 매달 삼성.LG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장.공무원 등 300여명이 찾는데 "사장.임원들에게 '매일 현장을 챙겨라'고 당부하면 "그건 아래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반문한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편해지니까 고생하지 않려하는 모양인데 그러면 절대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쉬운 것만 찾으려는 자세도 꼬집었고 일본에서 부는 한류(韓流)붐도 경제력이 뒷받침 못하면 거품이 될 것 이라고 충고 했다.

유 회장은 "MK택시에는 고객 불만 편지가 가장 많이 온다"며 "사람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MK택시는 신입 운전기사가 들어오면 1000만원을 들여 석 달 동안 친절교육을 가르친다. 반복 교육을 해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MK택시 기사들은 매일 2분씩, 일주일에 한 번 10분씩, 한 달에 한 번은 세 시간씩, 1년에 한 번은 이틀간 합숙 교육을 받는다.

그는 "80살 넘은 일본 노인들은 앞장서 나무를 심는다. 참나무는 60년 이상은 자라야 쓸 수 있다. 한국에는 후손들에게 보다 좋은 미래를 남겨주려는 정신이 실종됐다. 경제건 정치건 나만 잘살겠다고 싸우고 있으니..."라며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걱정했다.

◆ 유봉식 회장은=1928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16세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교토의 리쓰메이칸(立命館)대 법학부를 중퇴한 뒤 60년에 차량 10대로 '미나미 택시'를 창업했다. 77년 회사 이름을 MK택시로 바꿨다. 현재 도쿄.교토.나고야.오사까.고베.요코하마 등에서 현재 3000여대의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기관 등 10개의 계열사도 갖고 있다. MK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5000억원 규모다.

글=김태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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