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구다" 황우석팀 35명 한달 만에 실험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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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때마침 출근하는 황 교수의 '오른팔' 이병천 교수에게 황 교수의 근황을 물었다. 이 교수는 8월 세계 최초로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어제 기자회견이 끝나고 황 교수가 눈물을 흘리면서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워낙 연구에 열정적인 분이라 쉬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황 교수는 현재 연구실에도, 집에도, 실습농장에도 없다"며 "나도 (황 교수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연락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팀은 윤리 논란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모든 연구를 중단했다. 평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연구 이외의 문제 해결에 나서다 보니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윤리 논란과 더불어 팀원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것은 황 교수팀이 이미 연구를 시작한 분야에 대해 외국 연구진이 먼저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었다. 이 교수는 "외국 연구진은 우리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으며 해외 학회에 나갈 때마다 그런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에는 황 교수팀 연구원 35명 전원이 모여 최근 들어 처음으로 전체회의를 했다.

중요한 결정은 황 교수가 내려야 하지만 일단 연구를 정상화해야 하고 심사해야 할 졸업논문도 5편이나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팀원들은 각자의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황 교수 부재시에도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줄기세포 연구가 본격 재개됐다.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의 결별 선언으로 다소 위축됐던 해외 네트워크 구축도 다시 활성화될 전망이다. 황 교수팀의 해외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강성근 교수는 "섀튼 교수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우리의 역량도 많이 강화됐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 지지와 격려도 쏟아져 들어왔다. 이날 오전 황 교수팀 멤버들의 휴대전화에는 '걱정할 것 없다'는 응원의 문자메시지가 쉴새없이 도착했다. 한 연구원은 "국민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며 "황 교수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전보다 더 열심히 연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은 과학의 발달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제도가 따라가는 요즘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더 큰 개가를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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