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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우씨 후임설에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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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용오(사진 (左))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7년 만에 사퇴했다.

KBO는 박 총재가 일신상의 이유로 12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총재직에서 물러난다고 25일 발표했다. 1998년 프로야구 12대 총재로 취임한 박 총재는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두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상우(68.(右)) 전 국회부의장을 차기 총재로 임명하기 위해 박 총재를 서둘러 밀어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차기 총재 내정설을 보도했고, 야구계에도 부산상고 출신인 신상우 전 부의장이 차기 KBO 총재로 내정됐다는 설(說)이 퍼져 있다. 만일 신씨가 차기 총재가 될 경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PK 인사 챙겨주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의장은 이에 대해 "정식으로 제의받은 적이 없다. 전에 한 번 그런 말이 있었고, 후배들이 그런 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KBO 이상국 사무총장은 차기 총재 내정설에 대해 "모르는 얘기다. 그쪽으로부터 연락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단 사장들은 대부분 "오늘 아침 박 총재가 사퇴의사를 밝혔는데 어떻게 차기 총재 내정에 관한 보도가 곧바로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총재 내정설에 불쾌감마저 내비쳤다. 후임 총재는 12월 중순 KBO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재적이사(10명)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천하며 상위 기구인 총회(구단주 모임)에서 재적 회원(총재 포함 9명)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된다.

프로야구는 초대 서종철 총재부터 11대 정대철 총재까지 모두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6대 총재였던 오명 과학기술부총리는 재임기간이 26일로 최단명 기록을 세웠고, 정대철 총재도 4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KBO 총재는 지원금을 내놓아야 하는 아마추어 경기단체장과 달리 금전적 혜택과 명예가 모두 주어진다. 1억원에 가까운 연봉과 그 이상의 판공비, 그리고 개인비서와 운전사 급여까지 KBO에서 지급한다. 또한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총재는 그만큼 언론 노출이 많아 정치인 출신들이 선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 총재는 프로야구 최초의 구단주 출신 '민선 총재'로 역대 최장기간인 7년간 프로야구를 이끌어 왔으나 야구 외적인 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게 됐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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